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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미래는 "새 팀"이 아니라 "새 세대"다

KBO, 지금은 ‘확장’이 아니라 ‘기반 투자’의 시간이다

by 정대영

얼마 전 2025 한국 프로야구 시즌이 막을 내렸다.

관중은 1,200만 명을 넘었고, 구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https://www.hani.co.kr/arti/sports/baseball/1221065.html


이런 기록적인 흥행 속에 “이제 새 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

https://v.daum.net/v/20250911144355391



하지만 지금이 과연 팀을 늘릴 때일까?

지금의 인기만 보고 팀을 늘리는 건, 가상화폐가 최고점일 때 사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숫자가 아니라 펀더멘털, 즉 야구의 기반에 투자해야 할 시기다.


고교 야구 선수 수, 줄어드는 뿌리

한국의 고교 야구선수 수는 지난 몇 년 사이 꾸준히 줄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장비/훈련/합숙 등 비용 부담이 큰 종목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점점 축구나 농구처럼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종목으로 이동하고 있다.


관중은 늘었지만, 야구를 하는 사람은 줄고 있는 현실이다. 이건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한국 야구의 미래를 잠식하는 구조적 문제다.


선수 대비 프로팀 비율, 일본·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야구 강국 일본과 미국은 선수 풀의 두께에서 이미 다른 세계에 있다. 미국에는 약 48만 명의 고교 야구선수가 있고, 프로팀(MLB)은 30개다. 팀당 약 1만6천 명의 고교선수가 존재한다.

일본은 약 13만 명의 고교선수와 12개의 프로팀으로, 팀당 약 1만 명 이상의 기반을 갖고 있다.

한국은 프로팀이 10개지만, 고교·아마야구 전체 등록선수를 합쳐도 그 규모는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미국 야구부 고등학생 숫자 확인 링크

https://nfhs.org/stories/participation-in-high-school-sports-tops-eight-million-for-first-time-in-2023-24


일본 야구부 고등학생 숫자 확인 링크

https://www.jhbf.or.jp/data/statistical/koushiki/2023.html


인구 규모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인구 5천만 명의 한국에 10개 팀이 있다면, 일본은 1억2천만 명에 12개 팀, 미국은 3억3천만 명에 30개 팀이다.
인구당 프로팀 비율로 따져도 한국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즉, 지금의 팀 숫자는 인재 공급과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다.


팀을 늘리면 질은 낮아진다

한국 프로야구는 한때 8개 팀 체제였다. 2013년 NC 다이노스, 2015년 kt wiz 창단으로 10개 팀이 되면서 리그는 커졌다.


최근 몇 년간 관중은 늘었지만, 경기력은 오히려 하락했다.

경기당 실책 수가 늘고, 주전과 백업의 타율 격차 및 선발과 추격조의 방어율 격차가 커졌으며, 연승과 연패가 잦아지는 불안정한 흐름이 나타났다.

선수 간 실력차가 커지면서 중심 선수 한두 명의 부상이나 컨디션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일이 잦아졌다. 연승과 연패가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시즌 말에 연승 기간에 있느냐 연패 기간에 있느냐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


이는 선수층이 얇은 리그의 전형적 징후다.


지금의 인기, ‘펀더멘털’이 없다면 꺼질 수 있다

지금의 인기는 분명 고무적이지만, 그 열기가 야구 그 자체보다 관중석의 경험에 치우쳐 있다.

팬들은 꾸준히 야구장을 찾지만, 그 즐거움의 중심에는 응원과 축제, 그리고 SNS 공유 문화가 있다.

경기 내용보다는 현장의 에너지와 공유의 순간이 주는 도파민이 크다.

이 흐름은 나쁘지 않지만, 야구라는 종목의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의 인기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펀더멘털이 약하면 시장은 흔들린다. 야구도 다르지 않다.


KBO가 해야 할 진짜 투자

이제 KBO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팀을 늘리는 단기 확장이 아니라, 기반에 대한 투자다.

고교·대학야구의 중계 지원과 노출 확대 (우리도 일본의 고시엔처럼, 프로야구 이전의 고교야구처럼 지역팀을 응원할 맛이 나면... 대학농구 전성기 처럼 대학팀도 인기를 끌어주면...)

리틀야구 및 사회인야구 구장 지원과 장비 보조 (프로팀에서 쓰고 버리는/남는 장비들의 시스템적으로 지원만 해주어도.....)

지역 프로팀과 학교의 연계 프로그램 강화

유소년 야구 저변 확대 캠페인 (MLB도 MLS/NFL/NBA 인기몰이로 긴장해서 유소년 투자에 힘쓰는 마당에...)


지금의 흥행 수익의 더 많은 부분을 아마야구와 선수 육성으로 환류시켜야 한다. 이건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야구의 생존 전략이다.


펀더멘털에 투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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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리틀야구연맹 홈페이지(https://www.littleleague.co.kr/) 캡쳐


야구의 미래는 새로운 팀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 달려 있다. 야구를 직접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리그의 수준도, 대표팀의 경쟁력도 유지된다.

KBO는 지금 ‘확장’을 멈추고 ‘기반’을 다져야 한다. 지금의 인기는 단기 호황일 수 있지만, 기반이 없는 성장에는 반드시 후유증이 따른다.

야구의 진짜 성장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에서 온다. 지금은 팀을 늘릴 때가 아니라, 야구의 펀더멘털에 투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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