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파리를 한 마리 잡았다.
휴지 아래 한 점으로 납작해져 있다.
작기도 하지. 태어난 지 몇 시간이나 되었을까.
간신히 먹이활동에 그 생 다 바치고 죽었을까.
빛도 봤고 숨도 쉬었고 날기도 했겠구나.
사람이란 것도 만나봤겠고.
그만하면 제기능하다 갔다고 봐도 될까?
뭐가 더 남았을까?
짝짓기, 알 낳기, 이동. 또...
인간이 해충이라 빨간 줄 그었다 하여
작더라도 생명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를
충실히 살아볼 새도 없이 내가 빼앗고 있는가.
내 가치에 맞지 않는다 하여.
징그러운 사상이 들어찬 문명에
징그럽도록 번식하여 사는 우리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