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꼭 어른만 어른이어야 하나.
왜 꼭 더 나이 많은 이가 더 어른이어야 하나.
왜 꼭 부모가 더 어른이어야 하나.
자식을 때리고 욕하고 성희롱하고 쫓아내고 속이는 부모를 가졌다. 나는.
더 어른인 그들은 도대체 철이 언제 드나.
그들의 부모이자 나의 조부모들은 다 돌아가시고 없다. 그들이 혼쭐이 나기엔 그들은 이제 나이가 너무 많아 그 위에 설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
사랑.
그들을 끌어안기엔 내 안에 상처가 너무 많다.
그들의 자식으로 자라 그렇다.
내가 더 어른이 될 순 없나. 자식 아닌 인간으로서.
모자란 인간이 모자란 인간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그 동지애로 그들을 끌어안고 사랑하면 안 되나.
내가 자식이라는 신분을 넘어 부모 없는 그들의 부모가 되면 안 되나. 그들을 자식처럼 끌어안고 그래도 내 새끼라 어쩔 수 없다 하며 사랑하면 안 되나.
그들을 부모로 보는 잣대를 버리고 그저 인간으로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고 싶다.
내 조부모들에게 감사한다.
제가 부모 있는 자 되도록 제 부모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어린 자로 끊임없이 성장할 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부족한 자식 되므로 제 부모가 당신들에게도 부족한 자식이었음을 이해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당신들이 그들을 사랑하였음을 보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그들 폭력을 피해 도망갔을지언정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 생명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움보다 사랑이 더 큰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부모든 자식이든,
사랑이 더 큰 게 어른이라.
그러나 사랑이란 것의 크기를 어찌 잴 수 있을까.
바다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땅에 스며 바다로 흘러들고. 그럼 바다의 크기는 눈에 보이는 물인가 하늘에 고였다 흘러 떨어지는 비까지 포함하여 바다 더하기 하늘인가. 땅에도 그 물이 스며드니 바다, 하늘, 땅, 물을 담는 세상 모든 것을 바다의 크기라고 봐야 하나.
내 사랑이 내 부모에게로 가고 조부모에게로 가고, 내 조부모의 사랑이 내 부모에게, 내 부모의 사랑이 나에게.
그것을 자식의 사랑이라 부르겠나 부모의 사랑이라 부르겠나. 그것을 분리해 누구의 사랑이 더 크다 재겠나. 본래 뗄 수 없이 흐르는 것을.
사랑이란 참.
어쩔 수 없이 당신들과 내가 사랑하도록 하는구나.
사랑 앞에 다 아이들이고 자식이지 뭐겠나.
당신들도 나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
사랑이 언제나 내 안에 내 부모를 향한 편견을 이기고 나를 무기력하게 녹아내리게 하면 좋겠다.
부모, 자식의 신분을 넘어 사랑 안에 똑같은 크기와 위치, 그리고 섞어서 하나 되는 가족으로 다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이해하고 품도록 노력하기를 계속하기를.
사랑아.
이겨주라.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