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막 사춘기

신세계

by 정흐름



애플대추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물컹.

이상하다. 아삭, 을 기대했는데?

들여다보니 물컹하게 무른 대추 살을 베고 애벌레 한 마리가 막 잠에서 깼나 보다. 대추색이네.

녀석이 꼭 갓난아기처럼 꼬물거리고 있다.


침묵의 시간이 짧게 지난다.

서로의 관찰 시간이 그보다 좀 더 길게 지난다.


이제 뭐라도 말을 건네야 할 것 같다.

잘 잤니?


꼬물 꼬오물물 꼬오물 꼬물.

저것은 예스, 인가 노, 인가?


내려놓은 대추 옆 아보카도 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방금 내가 먹은 아보카도.

맛있었지.


애벌레 녀석은 대추에서 태어나서 대추에서 대추만 먹고 자랐을까? 녀석에게 아보카도 맛을 보여줘도 좋지 않을까? 그건 내 생각이고, 녀석의 건강과 취향이 아보카도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일단 녀석을 대추와 함께 아보카도 껍질 안에 둔다.

녀석은 생각보다 활발하게 아보카도를 탐험 중이다.

아보카도 신세계 되시겠다.


녀석이 자라면 뭐가 될라나?

궁금하다. 뭐가 될꼬.

이 녀석을 키워야 하나?

녀석이 나의 신세계가 될는지.


망설여진다.

진짜 녀석이 뭐라도 될까 봐.

신세계를 앞에 두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월 밤에 팝콘 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