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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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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흐름 Oct 09. 2022

죽어야 만질 수 있는 것과...



죽어야 만질 수 있는 게 있는가 하면

살아있어야 만질 수 있는 게 있다.


고등어를 물에 씻는다. 구워 먹을 것이다.

구석구석 고등어를 씻으며 구석구석 고등어의 몸을 만지고 들여다본다. 껍질은 꼭 얇은 고급 가죽 같구나. 그 위에 물결치듯 흘러 새겨진 비늘무늬 하며 그 아래엔 은빛, 남빛, 녹빛과 갈빛의 황홀한 향연.

지느러미를 펼쳐본다. 투명한 돛 사이로 반투명한 지느러미 뼈가 강인하고 섬세하게 들어섰다.

경이롭다. 이 투명과 반투명의 설계가.


배를 가르고 드러누운 고등어가 이리 아름다운데 이것이 살았을 때의 아름다움이란? 상상으로 느끼려니 내 손 끝 경험 부족이 절절히 와닿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물고기는 죽어야만 만져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숨이 빠져나간 몸은 살아 펄떡이는 몸과는 분명히 다를 것. 온기도 힘도 진동도 냄새도 다를진대. 나뭇잎조차 나뭇가지 끝에 달랑여 붙은 것과 바닥에 말라 붙은 것은 같지 않다.

하물며 사람은. 가족은. 친구는. 이웃은. 우리의 살아있는 터전은.


살아있어야 만질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를 어쩌다 한 번씩 만나면 손부터 뻗는가 보다.


만지라. 만지고 더 만지라.

손끝과 눈 끝에 닿는 산 것의 경이와 황홀이 죽음이 남기는 무늬의 여운이 있다 해도 그것을 넘어서리라. 그리고 죽음에서도 산 것을 상상케 하리라. 죽음에서도 산 것을 느끼게 하리라.


손잡아야 할 때, 끌어안아야 할 때, 쓰다듬어야 할 때, 내 몸을 뻗어야지.

앞뒤 가리지 말고,

재지 말고,

나를 잊고.

그래야 삶이 가깝다.

그래야 죽음을 넘어선다.

서로의 죽음을 삶으로 기억하리라.

살아있기위해 삶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리라.


가장 가까운 삶.

내 몸부터 만진다.

살아, 있다.

아름답다.

충분하다. 찬양키에. 삶의 창조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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