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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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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흐름 Apr 30. 2023

당신도 한 때 사람이었습니까




세상은 늘

소원 비는 사람들의 기도로

떠들썩하다.


바쁘게 일하는 날이면 팔이 열개라면 좋겠다.

약속에 늦었으면 등에 날개라도 달았으면 좋겠다.

고통을 몰랐으면 좋겠다.

더 많이 먹고 싶다.

차라리 가만히 있고 싶다.


그 바램이 성취된 모습으로 사는 생명들이 있다.

팔 여럿 달린 문어,

하늘을 나는 새,

고통 모르는 돌,

먹고 또 먹는 돼지,

차라리 가만히 있는 나무.


그들이 우리의 진화된 모습이 아니고 뭐겠는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진화체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나도 한 때 사람이었지.'

하겠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사람이 그렇게나 씹고 뜯고 맛보고

깨부수고 가두고 부러뜨리는데도

끊임없이 용서하겠는가.


문어가, 미래에 문어 될 자를 쳐다본다.

용서한다.

새가, 미래에 새 될 자를 쳐다본다.

용서한다.

돌이, 미래에 돌 될 자를 쳐다본다.

용서한다.

돼지가, 미래에 돼지 될 자를 쳐다본다.

용서한다.

나무가, 미래에 나무 될 자를 쳐다본다.

그리고 용서한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내가

진화체인 그들이 보내는 용서의 눈빛을 받들며

'당신들도 한 때 사람이었습니까' 하고

그들을 알아본다.


내가  소원을 이루고 진화하는 날에

내가 결국엔 사람을 용서해야  것을 직감하며

내 소원이 결국엔 용서로 이어진다는 것을 뉘우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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