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늘
소원 비는 사람들의 기도로
떠들썩하다.
바쁘게 일하는 날이면 팔이 열개라면 좋겠다.
약속에 늦었으면 등에 날개라도 달았으면 좋겠다.
고통을 몰랐으면 좋겠다.
더 많이 먹고 싶다.
차라리 가만히 있고 싶다.
그 바램이 성취된 모습으로 사는 생명들이 있다.
팔 여럿 달린 문어,
하늘을 나는 새,
고통 모르는 돌,
먹고 또 먹는 돼지,
차라리 가만히 있는 나무.
그들이 우리의 진화된 모습이 아니고 뭐겠는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진화체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나도 한 때 사람이었지.'
하겠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사람이 그렇게나 씹고 뜯고 맛보고
깨부수고 가두고 부러뜨리는데도
끊임없이 용서하겠는가.
문어가, 미래에 문어 될 자를 쳐다본다.
용서한다.
새가, 미래에 새 될 자를 쳐다본다.
용서한다.
돌이, 미래에 돌 될 자를 쳐다본다.
용서한다.
돼지가, 미래에 돼지 될 자를 쳐다본다.
용서한다.
나무가, 미래에 나무 될 자를 쳐다본다.
그리고 용서한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내가
진화체인 그들이 보내는 용서의 눈빛을 받들며
'당신들도 한 때 사람이었습니까' 하고
그들을 알아본다.
내가 내 소원을 이루고 진화하는 날에
내가 결국엔 사람을 용서해야 할 것을 직감하며
내 소원이 결국엔 용서로 이어진다는 것을 뉘우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