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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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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흐름 Jul 24. 2024

시계방향으로 흐르는 호수






시계방향으로 흐르는 호수

위로 헤엄치는 두 마리 검은 새 꼬리

뒤로 드리우는 삼각 물보라가

하늘 비친 풍경 조각 뜨며 나아간다.

 

소낙비처럼 죽죽

늘어진 길고 좁은 팜트리 잎가락 틈,

한 떼의 빛무리가

춤을 추며 날아간다.


정재형의 오솔길을 귀에 틀어 꽂고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눈앞의 풍경이

어릴 적 티비 화면조정 속 한 장면임에

지금 내가 티비 속에 들었나,

어릴 적에 들었나,

상상 속에 들었나, 한다.


시간은 시계방향으로 흐르는가.


이 그림이 흑백으로 지글대면

불 끄고 내복 입고 폭하니 이불속에 들 텐데.


웃음소리 솔솔 불어 돌아보니

호수 건너 파란 오징어 연이

아빠와 아들 손에 구불대며 둥실 댄다.

하늘인가 바다인가?

꿈인가 현실인가?

더벅하니 섰는데,

                       시계방향으로 흐르는가?

물은 아직도.

                    

수면에    렁   는    어른입은 내 모습.

           일    이

                              시계방향으로 흘렀는가?

               세월이란 게.


이제야 깨어난다. 그 시절 꾸던

내 꿈속에서.

                             

(시드니 보태닉가든에서)

2024.7월 13일





어쩐지 (싱글의) 삶이 불안한 날에

나는 불안해도 시간은 하나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는 생각이 들어

지금이 오도록 지켜준 시간에

감사함으로 적는다.


내가 마뜩잖아하는 이 삶의 당연한 풍경이

사실은 내가 꿈꿔오던 것들임에

무릎을 꿇고 찬양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감히 서서

은은한 반성으로 적는다.

불평불만은 그만 닥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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