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향으로 흐르는 호수
위로 헤엄치는 두 마리 검은 새 꼬리
뒤로 드리우는 삼각 물보라가
하늘 비친 풍경 조각 뜨며 나아간다.
소낙비처럼 죽죽
늘어진 길고 좁은 팜트리 잎가락 틈,
한 떼의 빛무리가
춤을 추며 날아간다.
정재형의 오솔길을 귀에 틀어 꽂고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눈앞의 풍경이
어릴 적 티비 화면조정 속 한 장면임에
지금 내가 티비 속에 들었나,
어릴 적에 들었나,
상상 속에 들었나, 한다.
시간은 시계방향으로 흐르는가.
이 그림이 흑백으로 지글대면
불 끄고 내복 입고 폭하니 이불속에 들 텐데.
웃음소리 솔솔 불어 돌아보니
호수 건너 파란 오징어 연이
아빠와 아들 손에 구불대며 둥실 댄다.
하늘인가 바다인가?
꿈인가 현실인가?
더벅하니 섰는데,
시계방향으로 흐르는가?
물은 아직도.
수면에 렁 는 어른입은 내 모습.
일 이
시계방향으로 흘렀는가?
세월이란 게.
이제야 깨어난다. 그 시절 꾸던
내 꿈속에서.
(시드니 보태닉가든에서)
2024.7월 13일
어쩐지 (싱글의) 삶이 불안한 날에
나는 불안해도 시간은 하나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는 생각이 들어
지금이 오도록 지켜준 시간에
감사함으로 적는다.
내가 마뜩잖아하는 이 삶의 당연한 풍경이
사실은 내가 꿈꿔오던 것들임에
무릎을 꿇고 찬양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감히 서서
은은한 반성으로 적는다.
불평불만은 그만 닥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