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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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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흐름 Sep 24. 2024

반하는 중






새로운 어린이센터로 임시 일을 나갔다.

직원 휴게실에 들어서니 남자 직원 한 명이 아침식사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내가 지금 바지를 벗을 건데 놀라지 마세요, 하고 첫마디를 텄다.

겨울이라 추워서 나는 바지를 두 겹 입고 있었다.

그가 오케이를 우물거렸다.

얼른 겉바지를 내려 벗어 사물함에 던져 넣고는 휴게실을 나섰다.

뒤로 잠시 돌덩이처럼 굳은 그가 느껴졌다.


로비에 있으니 센터장이 나에게 센터 소개를 해 줄 직원이 나온다고 했다.

이윽고 다가와 앞에 서는 직원은 휴게실에 있던 그 사람이었다.

그가 눈을 피했다.


퇴근 무렵 휴게실에 다시 들르니 그가 소파에 앉아 퇴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왠지 내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가 그 모습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몇 주만에 다시 그 센터로 출근길에 길거리 카페 기둥에 기대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이름을 기억해 부르며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가 황급히 이어팟을 뽑아 들고 손을 맞흔들었다.

그의 손인사가 뜻밖에도 너무 다정해서 그 부드러움에 놀라, 좀 있다 봐요, 하고 급히 발을 옮겨버렸다.


우리는 다시 휴게실에서 만났다.

낯선 출근길에 그를 만나서 반가웠다고 내가 솔직하게 말했다.

나를 기억하노라며 그가 휴게실 냉장고에 얼굴을 박고서는 주절주절 자신의 신상정보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하는 내내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그리고 나는,

그냥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게 내버려 두었다.

아무 말 않고.


나는 시선의 폭력이 싫다.

그런 나의 시선 노이로제가 그에게만은 무효인 것 같잖아?


그가 풍기는 안전함에,

설렐까 봐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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