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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ul 04. 2020

나는 에티켓을 가진 사람인가?

기본은 어디까지 일까?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까 오전 내내 고민을 하다 멤버들의 글을 둘러보았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생각거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서 마음 한 편으로 위로를 받았다. 서로를 토닥여주는 여기에 함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서는 옥수수가 삶아지고, 보리차가 끓고, 소갈비 핏물을 빼고 있는 정신없는 상황. 며칠째 이어진 컨디션 난조로 얼마 읽지 않은 책 속에 나눌 거리는 무엇이 있을까 머릿속을 뒤적여 본다.


Photo by Headway on Unsplash


김승호 회장( jimkim holdings의 회장)은 중앙대에서 2년간 글로벌 경영자 과정 교육을 진행했다. <돈의 속성>에서 그 과정의 이야기를 밝혔는데 내용이 꽤나 흥미롭다. 한국 굴지의 브랜드 대표들이 모여 강의를 듣는 모습을 그려보자. 어떤 강의를 듣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주변에 사업을 하는 사람도 없고(아! 동생이 사업을 하는구나... 너무도 먼 남동생과의 관계) 대기업에서 일해 본 경험도 없기에 그저 상상으로 그려보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모여서 세계의 경제를 논하고 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각자의 꿀팁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방법을 모색하고... 막 그럴 것 같지 않은가?

재밌게도 그들을 대상으로 선행된 교육이 국제 비즈니스 행동기준을 가르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식당에 들어서면 안내를 받기 전까지 입구에서 기다려라.
아무 좌석에 먼저 앉지 마라.
길을 걸을 때는 사람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라. 
닿거나 부딪치면 반드시 사과해라.
음식을 먹을 때는 요란스럽게 나눠 먹지 말라.
흘리지 말고 먹어라.
호텔 복도에서는 목소리를 줄여라. 
공공장소에서 줄을 설 때는 너무 바짝 다가서지 마라.
밖에서 전화를 받을 때는 조용히 받아라.
남의 집에 방문할 때는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마라. 
남의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미팅이 있을 때면 복장을 갖춰라.
업체 탐방 시에는 슬리퍼를 신지 마라.
식당에서는 팁을 줘라.
한국 식당에서도 팁을 줘라.
식품점에 가서 계산 전에 뜯어먹지 마라.
카메라를 들이밀 때면 양해를 구하라.
흑인을 보고 놀란 표정을 하지 마라.
못 알아듣는다고 욕하거나 평하지 말라.
여럿이 곁을 때는 한쪽으로 걸어라.
호텔 로비 바닥에 앉지 마라.
호텔 방 안에 옷가지와 가방을 펼쳐놓지 마라.
호텔 방 안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지 마라.
나올 때는 베개 위에 팁을 매일 1~2달러 올려놔라.
머리를 빗고 다녀라.
수염을 기르려면 기르고 밀려면 다 밀어라. (제발 몇 개씩 턱밑에 남겨놓지 마라.)
뒷짐 지고 다니지 마라.
소리 내서 먹지 마라.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면 한국말로 받아줘라.
몇 살인지 묻지 마라.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잡아줘라.
여자에겐 반드시 잡아줘라.
웨이터 옷자락 잡지 마라.
트림하지 마라.
귀 후비지 마라.
대화할 때는 눈을 쳐다보고 손으로 입을 가리지 마라.
공공장소에서 화장 고치지 마라.
태극기 나눠주지 마라.
호텔 방에서 김치 먹지 마라.                <돈의 속성> p.304



이상의 것들을 가르치는 건지 잔소리를 하는 건지 모호한 상태로 알려주고 행동을 바꿀 수 있게 도와준다. 의외이지 않는가?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것을 기본으로 배운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나 역시 여기에 완전히 예외가 아님을 깨닫고 더욱 놀랐다. 해당 없는 척 위선을 떨 뿐이라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음이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다. 요즘처럼 매너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때가 또 있을까? 나를 위해서건 타인을 위해서건 서로 간의 거리를 유지해 주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기본 매너가 된 지금. 거리에는 덥다고 마스크를 한쪽 귀에만 건 상태로 다니는 사람들이 있고, 젊은이들은(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대중교통에서 수다를 떤다. 그들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를까?


집을 나서면 바로 앞엔 세탁소가 있다. 남편이 바지를 새로 장만해서 길이 수선을 맡기러 잠시 나갔다. 집 앞이라 방심했던 걸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갔더니 아저씨와 마주하는 순간 아차! 싶었다. 너무 죄송해서 문 밖에서 후다닥 말만 전하고 입 꾹 다물고 입구 의자에 바지를 놓고 뒤도 안 보고 달려 나왔다. 

찾으러 가는 길에 아까는 마스크를 안 해서 죄송했다고 사과를 전했다. 이야기를 마치지 못한 중에 다른 손님이 너무도 당당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세탁소 안까지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신다. 나도 주인아저씨도 서로 멋쩍은 웃음만 짓고는 조용히 나왔다. 기본을 지키는 것. 나는 얼마나 에티켓을 지키고 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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