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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ul 05. 2020

매일 읽고 쓰면 달라지는 것

세 번째 한 달의 2/3 지점에서

어느새 세 번째 한 달이 20일이나 지났다. 꾸준히 하겠다는 말을 지키는 건 어떻게 보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함께 하는 이들이 있고, 당연히 매일 이 시간에는 글을 쓰는 것이라 생각하면(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면 그저 쉽게 지나온 것 같지만 매일매일이 고비였다. 내가 아프고, 아이가 아프고, 남편이 아프고. 책이 안 읽히고, 글감이 안 떠오르고, 글이 전혀 풀리지 않는 날들...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니 어느새 석 달이 거의 다 되어간다. 

이번 한 달은 특히나 열흘 즈음에 많이 지쳤었다. 갑자기 하는 것이 늘어나 시간 분배도 어렵고, 욕심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이것도 저것도 모두 일정 수준 이상 못하고 만 것이 아닌가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다. 얼마 전 '어휴~ 이제 겨우 열흘 지난 거야?' 한 적이 있다. 그때가 고비였던지 그 후로는 시간이 어떻게 지난지도 모르게 벌써 20일이라는 지점을 지나고 있다. 역시 '한 달'을 하기 잘했다. 아니었음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오늘 만난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에는 '그냥'이라는 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흔히 "그냥 피곤하다." "그냥 몸이 무겁기만 하다." "그냥 나 자신이 싫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작가는 여기에 '그냥'이 '그냥'이 아니라는 진실을 짚어낸다.


별 것 아니라고 여긴 피로감을 그냥 방치해 두면 언젠가는 큰 질병으로 발전한다. 누군가를 대하면서 불쾌감이 느껴지는데도 그냥 쌓아두었다가는 언젠가는 분노가 되어 폭발할지도 모른다. 술독에 빠져 지내다 알코올 중독에 빠질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 낭비하는 삶에 매몰될 수도 있다. '그냥'이 '엄청'이 되는 것이 순식간이라는 얘기다.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p.50


이 글을 보는 순간 매일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현저하게 사용이 줄어든 단어가 '그냥'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냥 피곤한 것도 없고 그냥 몸이 무거운 경우도 없다. 그냥... 좀... 이 일상을 대변하는 말이었던 때가 있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의 삶은 많이 명료해져 있었다. '어제 잠을 설쳤더니 피곤해.' '오늘 이런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았어.' '지금 몸의 어디가 안 좋아서 컨디션이 별로야.' 

생활에서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글을 쓸 때도 늘 두루뭉술했다. 느낌적인 느낌, 그런 것 같아 식의 말이 많았었다면 지금은 비교적 생각의 흐름이 명료하게 정리되는 편이다. (물론 갈 길이 아직 멀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결국 읽고 쓴 만큼 나와 당당히 마주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를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간 두루뭉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뚜렷이 마주하기 두렵고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커서는 아녔을까? 바라보고 인정하고 느끼고 원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시간이 이만큼 지나서야 깨닫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영원히 모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우선은 깨달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먼저 든다. 또 이만큼 스스로가 단단해진 것이기도 하겠다.



Photo by Sincerely Media on Unsplash


매일 책과 글과 커피와 함께인 하루를 보낸다. 방금도 두통을 호소하다 말고 앉아 글을 쓰는 나를 보고 남편은 '그러니 머리가 아프지.' 하고 지나갔다. 머리가 아프긴 해도 이 시간은 글을 쓰는 시간이니까. 너무 아파서 쓸 수 없을 지경이 아니면 써보는 거다.


처음에는 매일 읽고 쓰다 보면 뭐가 돼도 되겠지 했다. 막연했던 바람들이 작게나마 변화된 모습으로, 어쩌다 느낄 수 있는 무엇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쁘고 감사한 성과가 어디에 있을까? 오늘 계획에 없이 만난 책의 한 구절에서도 나는 그간의 성과를 깨닫게 된다. 이제 계속해야 할 이유가 또 생긴 건가? 새로운 발견은 또 다른 기쁨이 되어 오늘도 나를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쓸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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