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콕맘 예민정 Jul 08. 2020

이토록 인류애적인 책이라니

<총. 균. 쇠>를 시작합니다.

하루쯤은 8시간 내내 앉아 책만 봤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겨우 20분 ~ 30분 읽는 책으로 무언가 써내려니 참 쉽지가 않다. 


새 책을 시작했다. 이번 한 달의 시작을 함께하고 싶었던 책인데 어쩌다 보니 이제야 펼쳐 들게 되었다. 그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다. 이 책을 꽤나 오랫동안 쳐다만 보다가 진짜 궁금해졌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건 무엇이었는지.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은 통찰력 비슷한 것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웬만한 벽돌 책은 이제 두렵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나를 너무 과신했다. <총. 균. 쇠>는 페이지만 치면 600페이지를 조금 넘긴다. <영양의 비밀>과 비슷한 페이지수에 '생각보다 괜찮은데?' 했다가 헉 소리가 났다. 다른 책에 비해 글자가 크지 않고 자간과 자평이 훨씬 좁다. 한 페이지에 들어간 글자 수가 더 많다는 얘기다. 다른 책 한 페이지 읽는 속도면 이 책은 2/3 정도 읽으려나? 우습게 볼 책이 아니었다. 어젯밤 처음 책을 펴서 앉아있었더니 남편이 "이 책은 뭐냐?" 뭐 놀람을 표하고 지나간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쉽지 않아 보이는 책인가 보다.


고작 30페이지를 읽고 서평이라고 쓰기는 민망하지만 퐁퐁 샘솟은 기대감을 남겨본다. 시작이 좋다. 은근히 재미있을 것 같아 신이 난다. 그래서 더더욱 8시간 책만 보기가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Photo by Andrew Neel on Unsplash


우리는 1500년 당시의 세계적 불평등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이 얼핏 보기에는 명료해도 사실 옳지는 않다고 믿지만 정화한 설명은 아직 어디에서도 듣지 못하고 있다. 역시의 광범위한 경향에 대하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어떤 상세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나올 때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인종차별적인 생물학적 설명이 정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 책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총. 균. 쇠> P.35



책을 쓰는 이유가 이토록 인류애적이라니. 두껍고 글자가 많은 것과 별개로 명저가 된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어디서나 인종차별적 시각들을 쉽게 만난다. 일전에 <돈의 속성>에서 김승호 회장이 대기업 임원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친 에티켓 중에 '흑인을 보고 놀란 표정을 하지 마라.'가 있었던 것을 떠올려보자. 다른 사례를 찾을 필요가 뭐가 있을까? 최근 10년간 백인이고 흑인이고 외국인을 마주친 횟수가 10회 미만인 나도 그저  낯설어서이긴 하지만 대놓고 놀라는 것을. 그게 꼭 흑인 이어서가 아니지만 그들은 그런 사정과 별개로 나의 놀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다다르고 보니 내가 많이 잘못한 게 맞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인종차별에 대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소중한 아이가 죽고 많은 사람들이 다친다. 대체 누가 누굴 다치게 해도 된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렇다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인종차별적 시선에서 자유로울까? <총. 균. 쇠>는 미국에서 출간된 책임에도 일본과 한국에 대한 언급을 놓치지 않는다. 지나간 역사를 보아도, 그들이 남겨놓은 잔재들을 보아도 과거 일본이 지배하던 당시 그들은 철저하게 인종차별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인은 우월하고 한국인은 열등하다는. 지금은 이러한 시선이 완전히 없어진 걸까?


계속해서 읽다 보면 지배자로 군림한 이들은 어떻게 그런 식의 사고로 정신무장을 하게 된 것인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책에서 나오는 얄리의 물음처럼 똑똑한 뉴기니인들은 왜 계속해서 '석기시대에 살고' 있었던 것인지도 알려주겠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들이 궁금해지고 있다. 고작 30페이지를 읽고 말이다.


이 의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겠지만, 인종차별주의의 핵심을 꿰뚫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벌렁거린다. 시작은 이쯤에서 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읽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읽고 쓰면 달라지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