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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ul 19. 2020

그가 꽃집 사장님이 된 이유

feat. 돈의 속성

잠실역 8번 출구를 내려가면 여느 꽃집과 다르게 사람들이 북적이는 꽃집을 하나 만나게 된다. 바로 스노우폭스 플라워다. 처음 김승호 회장이라는 사람과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꽃집을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꽃집이라니? 우리가 아는 그-죽은 것처럼 살아있는 꽃들이 푸르스름한 냉장고에 들어있는 모습이 잘 보이는- 꽃집 말인가? 이게 사업성이 있나? 성공하신 분이라 무모한 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는 건가? 궁금증이 일었지만 당시에는 물어볼 곳이 없으니 의문을 해소할 방법도 없다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집요하게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노력하지도 않았다.


꽃집이라 하면 '이벤트 성 매출', '시즌 장사' '새벽 꽃시장'. '고된 일', '수입창출 한계가 있어 보임' 이런 말들이 떠오른다. 주변에 꽃집을 하시는 분이 없으니 그저 짐작해보는 것이지만 말이다. 나만 해도 지난 1년을 통틀어 꽃을 구입한 일은 시댁 식구의 생일 딱 한 번밖에 없다. 구체적인 이유야 개인사니 스킵하고, 아이의 입학과 졸업으로 추가 구입의 가능성이 있었으나 그마저도 코로나 시국에 다 취소되어 예외 없이 '꽃은 일 년에 한 번'이란 공식이 성립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다르게 꽃을 구입할 일이 많은가?' 연예할 때도 꽃 한 송이도 못(안) 받아본 나로서는 쉬이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다.


Photo by Alex Blăjan on Unsplash


'꽃집이 체인점으로 운영할 만큼 수익창출이 되나?' 했던 물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뭐가 다르지? 체인점이 계속 늘어나네?'로 바뀌었다. 오늘 완독 한 <돈의 속성>을 통해 궁금증의 일부가 풀렸다.


나처럼 즉흥적으로 꽃을 사는 인구는 1.5%도 안 되는 것이다. 미국과 완전히 반대였다. 미국은 80%가 개인 소비 시장이다. 결국 한국에 꽃 매장을 오픈해보기로 했다. 정말 한국 사람들은 꽃을 안 사는지 아니면 유통 시장이 잘못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매장을 구성하면서 모든 관점을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중략) 약 2년이 지난 현재, 서울에 벌써 열두 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자신들이 꽃인 줄 이미 아는 10대들 빼고는 모든 연령층과 모든 성별이 편의점처럼 쉽게 들어와서 꽃을 사 갔다.
<돈의 속성> p.377


책을 통해 몇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미국 사람들은 그냥 장을 보면서도 꽃을 산다는 것. 영화나 TV에서 많이 봤지만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을 따라한 것인지 한국의 대형 마트 1층에서도 흔하게 꽃집을 만날 수 있지만 눈여겨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마트 1층에 꽃집이 있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지 못했고, 그곳에서 꽃을 산 적이 단연코 한 번도 없었다.

또, 한국 사람들이 꽃을 기념일에만 사는 이유가 유통 시장이 그렇게 형성된 까닭이라는 것. 그 전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꽃 한 송이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해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날은 나를 위해, 어느 날은 그냥 꽃 한 송이쯤 포장 없이 살 수도 있었는데. 꽃집을 그렇게 접근하기 쉽지 않아서 무의식 중에 '그건 불가능해.' 했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면서야 깨닫는다. 


나의 생각도 충실히 관찰하지 않았고, 환경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는 것이 이렇게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아직도 할 사업은 끝도 없이 많다."는 그의 말은 타당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부동산을 바라보는 김승호 회장의 시각을 빌려보면 이렇게 북적이는 꽃집은 부동산 가치 증가 수입도 발생시킨다. 쉽게 맥도널드가 햄버거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치를 올려 수익성을 만드는 모델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된다. 꽃집에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수록 그 트래픽으로 인한 건물 가치는 올라간다. 예컨대 자신의 건물에 꽃집이 들어서면서 곁에 입점해 있는 디저트 카페까지 수익성이 증가하게 될 수 있다.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꽃 한 송이를 사러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보이는 디저트 카페에서 마카롱 세트까지 구입하게 되는 스토리를 상상해보자.) 이렇게 되면 건물주는 임대 수익을 더욱 올릴 수 있게 되고 건물 가치도 올라가는 이득까지 얻게 되는 셈이다. 


세상을 모두 사업가치로 볼 수도 없고, 그렇게 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안다. 그가 플라워 샵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갸웃했던 나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경험을 하고 보니 세상에 쉬운 것도 없지만, 어려운 것도 없구나 싶기도 하다. 물론 우리는 여기서 성공한 사례를 보며 성공만을 꿈꾸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그도 많은 실패 끝에 한 번의 성공이 있었다고 했다. 

여전히 나는 사업에 아직 뜻이 없고, 사업가로 적합한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이들의 글을 읽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시적이나마(이게 슬픈 현실이지만) 달라짐을 느낀다. 실패를 해도 괜찮다는 말. 실패를 꿈꾸라는 말. 가슴에 불을 지피는 듯한 느낌. 가끔이 이것들이 그리워 성공한 이들의 뽐뿌 섞인 책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옮겨본다. 


나의 서재에는 수천 권의 책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었을까? 아니다. 책은 당신을 부자로 만들지 못한다. 책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스스로 질문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당신은 부자의 길을 만난다. <돈의 속성> p. 402


아직은 책을 보면 끄덕이기 바쁘지만 그가 권한 부자가 되는 길에 꼭 필요한 '산책'을 함께 하리라 다짐하며, 책, 사색, 산책의 일상화를 위해 생각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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