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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ul 21. 2020

여러분의 취미 생활은 안녕하신가요?

정말 재미있는데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네.

이력서를 쓰거나 자신을 페이퍼에 소개할 일이 있으면 늘 채워야 하는 공란이 있다. 취미와 특기. '대체 취미와 특기를 왜 써야 하는지'부터 '그걸 알아서 뭐하게?'까지 다양한 의문점을 제시하는 단 하나의 공란-취미와 특기.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많은 페이퍼 속에서 취미와 특기에 '독서'라고 써넣었다.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하니까. 책 읽는 거 잘하니까. 그게 취미고 특기지.' 가령 이런 심정이었을까?


오랜 시간 책을 읽지 않는 삶을 살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사회생활하던 중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면서 소설책,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부터 책과 멀어졌던 것 같다. 그때 즐기는 존재가 아니라 배워야 하고 분석해야 하고 따라가야 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책과 멀어졌다. 학교에서 권하고 읽으라는 책은 재미가 없었고, 무엇보다 관심이 일지 않으니 읽고 싶지 않았다. 억지로 한 장을 읽으면 앞서 읽은 한 장까지 보태 두 장이 머릿속에서 튕겨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취미였던 독서가 인생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취미 (명사)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취미 생활.)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취미를 기르다.)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수학에 취미가 있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그래, 책을 꼭 전문적으로 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하건 즐거우면 되지 않겠는가?


최근에 시작한  <총. 균. 쇠>와 엊그제 집에 도착한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는 인류사를 아우르는 흔히 말하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둘 다 기본적인 역사적 지식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의 지식이 버물려져 있다. 책의 두께도 상당한 데다 내용도 방대하다 보니 쉽게 읽히지도 않고 소화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 시간을 꼬박 투자해서 30페이지를 겨우 읽을까? 책은 다 읽고 덮는 맛이 있는데, 이러다 읽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긴 한다. 


Photo by Olesia Buyar on Unsplash


리프레쉬 기간에는 의도적으로 독서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았다. 곁에 작게 노래가 흘러나오고, 가벼운 간식을 먹으며, 노트북을 펼쳐놓고 궁금한 건 찾아가며 한 줄 한 줄 읽어나간다. 


'아! 세계사 시간을 4대 문명으로 시작하는 이유가 이거구나. 나일강이 이렇게 생겼네?' 

'예전에 읽은 로맨스 소설에서 상이집트 하이집트가 나뉘어 있다 그랬는데, 그럼 이 지역이랑 이 지역인가? 생각보다 먼데? 이렇게 먼 거리도 이동을 할 수 있었구나.' 

'문명 발생지마다의 강의 특성과 문화와의 상관관계가 이런 거였구나.' 


세계 지도를 켜놓고 궁금한 건 바로바로 찾아가며 읽는 책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몇 장 읽지도 못했는데... 정해놓은 시간이 되었다는 알람이 울린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읽던 챕터만 마무리한다.


문득 '내가 이렇게 즐거운 취미 생활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다. 재밌다. 신난다. 계속하고 싶다. 이 정도의 마음이면 이미 충분히 취미인 것이지 않을까? 한동안 너무 전투적으로 책을 읽었더니 쉬어가며 읽는 어려운 책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는 것 같다. 별로 끈기가 없다 보니 언제 이렇게 읽는 것에 실증을 느끼고 다시 전투태세에 돌입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또 그건데로 얻는 것이 있겠지.


그냥 오늘은 내가 가지 이 고상하고 돈 많이 들지만 (땅 값 비싼 서울에서 책이 한 평은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쾌한 취미생활이 너무 감사하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도, 아이가 셋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나의 취미 생활이 안녕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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