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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Aug 12. 2020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올까?

나만 몰랐었던 이야기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는 생활 곳곳에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만나고 생활하는 시간을 극도로 줄였다. 불특정 다수가 만나야 하는 곳은 출입을 삼가고 약속도 소규모로 조심해서 잠깐씩만 잡는다. 홍대 인근에서 액세서리샵을 하는 지인은 몇 달만에 통화 중에 수입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로 모든 비용을 대출에서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할지 짐작도 가지 않아 형식적인 위로도 못하겠다는 말로 같이 걱정을 나누었다. 


이런 시기일수록 전업 주부들은 생각한다. '만 원이라도 내 손으로 벌어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밤잠을 설치며 알바 사이트를 뒤진다. 밤을 새워서라도 할 수 있으니까 책에서 본 '이미지 단순 분류 작업'이나 라벨링 하는 알바라도 구했으면.... 간절하게 바라면서 사이트를 뒤지지만 그런 아르바이트 자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경력 없고 기술 없는 단순직 알바 자리는 대부분 현장에 시간 맞춰 나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일자리들이다. 물론 그런 자리도 못 구한다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이 셋에 오늘처럼 갑자기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꼼짝할 수 없는 전업맘은 지원조차도 해볼 수 없다.




작년 어느 때인가 구입하고는 읽지 못하고 있던 책이다. 코로나로 세상이 뒤집히는 걸 보고 나니 이 책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긱 경제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내가 알아야 할 것 중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 어쩌면 책을 통해 답답한 속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읽었다.





긱 경제는 쉽게 말하면 알바다. 혹시 책의 내용이 조금 더 궁금하다면 다음 영상을 참고해도 좋겠다.




긱 경제라는 생소한 단어에도 불구하고 책은 제법 쉽게 적혀있다. 사례중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긱 경제의 개념도 잡을 수 있고 다양한 케이스의 일자리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으로 인해 생겨나는 긍정적 측면과 경계할 부분, 보완할 사항도 놓치지 않고 짚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하나의 현상을 핑크빛 선글라스를 끼고 바라보면서 넋을 놓지 않도록 적재적소에 배치된 중심 잡힌 작가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책에는 긱 경제에 다양한 형태로 접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고소득 개발자에서부터 단순직 육아맘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경험하는 긱 경제의 현실과 장단점, 한계점들을 보면서 복잡하게 스쳐 지나간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긱 경제는 경제 전체에서 보면 아직 일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 집에는 프리랜서로 십 년 넘게 일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이 있고, 손주들을 키워보신 경험으로 도움을 주고 용돈을 버시는 친정 엄마도 있다. 즉, 일부이긴 하지만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노동자(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는 막다른 길에 몰려 긱 경제의 일원이 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도록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긱 경제가 가진 문제점 -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다. 수입을 예상하기 힘들다. 복지 혜택이 전혀 없다.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제도적 장치가 없다. 등등 - 을 충분히 고려하고 대책을 세워두지 않으면 긱 경제에 발을 담그는 순간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사업을 구상 중인 사람이라면 긱 경제의 이로움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가 가지는 사회적 의무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책에서는 긱 경제의 문제점을 다루면서 직접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더 나은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어 좋다는 식의 논리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이미 긱 경제는 시작이 되었고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운영 방식을 벌써 사용하고 있다. 다만 제도적으로 독립 계약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긱 경제를 운영하고 있으니, 그만큼은 책임감을 가지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모습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잠깐은 힘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두가 윈윈윈 하는 방법을 찾아줬으면 한다.


미국에서는 180만 명이 트럭 운전으로, 68만 7,000명이 버스 운전으로 , 140만 명이 배달로 30만 5,000명이 택시 등 승용차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차량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이들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조만간 자신의 직업이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자동화되는 날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는 사람이 운전기사들만은 아니다. 매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화의 규모와 영향은 직업별로 큰 차이가 있겠지만 거의 모든 직업이 어떤 식으로든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자동화가 계속 진행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그 덕분에 긱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p.318


'내가 무슨 긱 경제랑 상관이 있겠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령 내가 평생을 전업 주부로만 산다고 하더라도 긱 경제와 이어지는 사회의 변화에 관련이 있다. 오늘 점심을 가져다준 배달앱의 라이더도 긱 경제의 일원이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남편이 있고, 언젠가는 어떤 일이든 하게 될 아이들이 있다. 이런 변화에 눈 감고 귀 닫고 있으면 살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아이들이 다양하게 생각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것은 결국 부모의 역할이다. 어느 날 아이가 직장을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할지 모른다. 그럴 때 최소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무슨 소리야!" 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다. 이왕이면 긱 경제의 장점인 유연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조언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다 어느 날 정말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오게 되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한 듯하다.


Photo by Marten Bjork on Unsplash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긱 경제가 부족한 사회 안전망이 되어준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백수'가 아니라 원하는 시간만 일하는 독립 계약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그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재난 지원금이 지급되면서 더불어 기본 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던 것으로 안다. 국민들에게 기본 소득을 제공하고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을 논하는 목소리도 들었다. 과연 그것이 옳은 방향인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어렴풋한 대답을 책을 통해 들은 것 같아 마지막으로 공유하려 한다.


"만약에 누가 사흘 동안 굶었는데 내가 그 앞에 빵 한 장을 내려놓으면서 '이 빵을 잘 지키고 있으세요.'라고 말하고 자리를 비우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 사람은 그 빵을 훔쳐 먹고 감옥에 갈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한테 빵을 지키는 대가로 빵을 주는 방법도 있죠." 사람들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게 할 게 아니라, 지역사회가 나서서 그들에게 의식주도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p.288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지금 직장을 잃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어디에 쓰임이 있긴 한건 지 알고 싶다.

직장을 가지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을까? 알고 싶다.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공부를 해야겠다.

대체 긱 경제가 뭐냐? 궁금하다.


저는 8년째 전업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80년대에 태어난 여자 사람입니다. 책을 다 읽었지만 저에게는 아직 긱 경제가 여전히 남의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당장 남편이 프리랜서이면서도 말이죠. 어쩌면 책 속의 사례가 전부 미국 중심으로만 나와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우버를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고, 메커니컬 터크(아마존이 운영하는 온라인 크라우드 소싱 중개소)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들어오는 사이트예요. 그런데도 꼭 알아야 하는 경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한 것은 1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한 언텍트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잖아요. 책이 쓰일 당시와는 상황이 바뀐 것들도 있겠지만 긱 경제에 대해 몰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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