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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Aug 25. 2020

같이 읽고 쓰는 사람들이 있음을...

같이 하고 있지만 함께하지 못한 이의 반성

네 번째 한 달이 이제 5일 남았다. 어느 사이에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는지. 처음 시작할 때의 기획과 포부는 어디로 가고 하루하루 겨우 도장만 찍는 중이다. 남편과의 산책길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말을 했다. 

"며칠 전에 쓴 글을 읽어봤는데, 진짜 중구난방 엉망진창이더라. 이렇게라도 쓰는 게, 안 쓰는 것보단 낫겠지?"


사실 함께하는 힘을 알기에 '한달'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희들끼리 구석에서 엄마 눈치를 보며 놀아주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니 삶의 중심을 잘못 잡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잠시 멈춰보아야 했다. 매번 읽어주시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함께하는 이들을 챙기고 글에 집중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모든 활동을 최소한의 인증만으로 대신하고 있는 중이다. 중심점이 옮겨짐에 따라 인증의 질도 낮아졌다. 이렇게라도 하는 게 잘하는 걸까? 이번엔 다른 쪽이 걸린다.


고민을 깊게 해 볼 사이도 없이 한 달이 휙휙 지나가고 있다. 드디어 오늘은 기다리던 질문지가 있는 날이다. 


처음으로 딱 세 분의 글만 읽고 왔다. 댓글도 안 쓴 시간이 길어져서일까, 생각이 머릿속에만 맴돌고 글이 되지 않았다. 좋은 책을 알게 되어 감사했다. 공감되는 글로 '나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생각했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풀어내신 모습에 감탄했다. 그런데 글이 안 써졌다. 뭐라고 써야 하지?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다 결국 하트만 남기고 돌아왔다. 


책도 거의 못 읽는 요즘이다. 열과 성을 다해서 읽고 쓰지도 못하면서 하고 있는 것들을 놓지도 못했다. 물론 아이들과의 시간에 충실한 것이 후회된다는 건 아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만큼은 이렇게 지내기로 한 결정에 충분히 만족하고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아이들과 신나게 쿠키를 만드느라 책도 글도 못 읽었다. 변명인 건지, 진심으로 하고픈 마음이 없는 건지도 조금씩 헷갈린다. 이럴 거면 혼자서 하는 것과 다를게 별로 없지 않은가!


Photo by Hans-Peter Gauster on Unsplash


나는 지금 긴 시간을 투자해서 맞춰야 하는 인생이란 퍼즐을 맞추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가끔이 노란색 퍼즐을 모아놓고 맞추고, 가끔은 파란색 퍼즐을 모아놓고 맞추기도 한다. 테두리부터 맞출 수도 있고, 노란색 퍼즐을 맞추다 파란색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곁에 다른 사람들이 맞춰가는 퍼즐을 보면서 요령을 익히기도 하고 그들의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내 퍼즐이 완성되었을 때의 희열을 미리 상상해보기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 지금은 잠시 주황색 퍼즐을 조금 더 집중해서 바라보는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어쨌거나 퍼즐을 뒤엎지만 않으면 된다.


오늘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래도 함께하는 공간에 발 붙이고 있길 잘했다.' 싶었다. 많이 읽지 못했던 책의 갈증을 다른 분들의 서평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휴식과 바쁨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어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한 번에 완벽해질 수는 없는 것이니 이 또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만의 루틴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조금은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는 것 같다. 


비록 받은 사랑을 베푸는 이번 한 달이 되진 못했지만, 나눔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는 중이니 언젠가 이 사랑을 다시 돌려줄 수 있는 날도 오리라 믿는다.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이게 이렇게 좋은 거였는데 말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날. 조금만 더 마음을 내어 함께라는 말에 손을 보태어보자고 다짐하게 된다. 혼자서 하지 않고 '함께'하기로 한 데에는 똑똑한 내가 생각했던 분명한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이 자리를 빌려 부족한 저에게 늘 응원과 격려를 나누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크게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다시 저에게 맞는 길을 잘 닦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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