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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Jun 17. 2020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비결

준비, 꾸준함 그리고  의식적 노력

모든 책을 다 서평을 써야만 하는 것일까? 이제는 아웃풋이 인풋만큼 중요하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그날 생각한 것들을 글로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책장 한쪽에는 보름의 리프레쉬 기간을 지나면서 읽은 책들이 쌓여있다. 읽은 것으로 끝내고만 책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덮자니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고, 글로 남기자니 엄두가 안 난다. 소화가 전혀 안 된, 마치 처음 보는 느낌의 책도 있다.



Photo by Raquel Martínez on Unsplash


사과와 참외를 두고 무엇을 살지 결정할 때도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참외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참외를 구입했다. 사과보다는 참외가 계절상 훨씬 맛도 영양도 풍부하리라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참외를 좋아하는 남편과 첫째가 있기에 선택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뭐, 경우에 따라서는 사과와 참외 모두를 구입할 수도 있다. 가령 손님이 오신다던지, 사과는 아침에 참외는 낮시간에 먹을 예정이라던지 그런 경우에 말이다. 


결국 모든 것은 선택이다. 책을 읽을 것인지, 서평을 쓸 것인지, 외식을 할 것인지(글을 쓰는 중에 떡볶이가 먹고 싶어 아이와 외출을 약속했다) 등등. 




고백하자면 경제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어오고 있으나 도저히 글로 풀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사설이 길었다. 경제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경제 공부를 해 본 적도 없다. 심지어 숫자 개념도 별로 없다. 이렇게 살면 평생 경제 무식자로 돈의 노예로만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에 무작정 책을 읽고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고작 삼 년의 시간이 흘렀다.  

조금씩이지만 투자를 시작했고, 나름의 생각이랄까 뭐 그런 것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어느 전문가의 의견이 내 생각과 일치한다, 이런 논리는 좀 와 닿지 않는다 정도이긴 하지만 주관을 가지고 투자에 발을 들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경제 서적을 읽고 소량의 정보를 겨우 받아들이는 정도이다 보니 아웃풋이 너무 어렵다는 거다. 의견이랄 것도 없는 쥐콩만 한 주관으로 무엇을 논하고 무엇을 나눈다는 말인지. 내가 뭐라고 몇십 년 한 길을 걸어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토를 단다는 것인지. 너무 건방지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일전에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의 논쟁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했었다.(실제로는 썼다.) 당시에는 같은 현상을 두고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서 부족하지만 글로 남겼다. 시간이 지나고 각 분야 전문가라고 손에 꼽히시는 분들도 이쪽저쪽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순간이었다. 전문가들도 '이거다'라고 확답할 수 없다는데... 썼던 글을 지워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


그와 동시에 같은 책을 보고, 같은 방송을 접했지만 전해 들은 의견과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충실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판단하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 그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무척이나 신선했다. 



원하는 글을 매일 쓰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동안은 책을 읽으면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에피소드를 엮어 글을 써야지'가 정해진 프레임이었다. 간혹 너무 어렵거나 혹은 생각이 엮이지 않는 책을 읽는 날은 다른 책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한 책 읽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이번엔 원칙을 정해놓고 조금은 다르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가능하면 읽은 책은 모두 서평을 쓴다. 장르를 가리지 말고, 읽은 책에 충실하게 글을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너무 극으로 몰리면 '매일 쓰기'라는 약속 이행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 미리 읽어둔 책들도 대상에 넣어두고 재독과 발췌독으로 함께 할 예정이다. 책 읽으면서 생각했던 서평의 방향이 어려워서 포기했던 것들도 시도해야지. 소설책도 꼭 한 번은 읽고 서평으로 남겨보아야겠다.


기존의 글쓰기 틀에서 벗어나 요약에 중점을 둔 글 쓴다. 그동안 외면해왔던 나의 최대 약점이 요약이다. 간략하게 혹은 핵심만 이런 거 진짜 잘 못한다. 뭐든 두루뭉술하게,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 편이다. 한동안 그러한 약점으로 꽤나 힘겨워했었다. 그때 리더님께서 굳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려운 것만 할 필요가 없다며 잘하는 것을 살리는 쪽으로 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조언은 적절했고 나는 움츠러들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가는 방향으로 글을 쓸 수 있었다.

이제는 약점에 주눅 들지 않아야 할 시기인 듯하다. 매번 그런 글을 쓸 필요는 없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때임은 분명하다. (살짝 양심이 찔리는 이유는 이렇게 오늘도 요약하기 서평에서 도망갔다는 사실을 방금 쓰면서 알아챘기 때문이다.)


원칙을 정하고 보니 오늘 읽고 오늘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듯하다. 언제는 글쓰기가 쉬웠겠는가, 하지만 유독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들이 보이니(지금 내 옆에 놓인 경제서적같은) 미리미리 읽고 먼저 고민해 두자. 하루 만에 쓰려면 어려운 글도 며칠에 걸쳐 고민하면 써지는 경우가 있다. 결국 준비, 꾸준함, 의식적 노력 이 세 단어로 귀결되는 듯하다. 부디 정해진 원칙에 따라 곁에 놓인 책들을 읽으면서 쓰고자 했던 서평을 모두 써내는 한 달이 될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약속을 지키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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