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숙 토마토가 될 때까지

네 번째 한 달을 마치며

by 로지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건 정말 매일매일이 고비다. 특히 이번 한 달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독서와 글쓰기가 선택받지 못한 덕에 더욱 내적 갈등이 심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많이 읽지도 못했고, 글을 잘 쓰지도 못했지만 어찌어찌 30일이라는 시간을 매일 이어왔다. 갈등은 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아 마무리를 하는 오늘의 글도 쓰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지난 30일이 그려진다. 이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하길 잘했다."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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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obin St on Unsplash



늦은 가을 텃밭을 준비하느라 오랜만에 텃밭에 다녀왔다. 풀을 뽑고 땅을 갈아 다시 둔턱을 만든 후 무씨를 뿌려두고 왔다. 부디 잘 자리길 바라면서... 야속하게도 반나절만에 땅이 패일 정도의 소나기가 내려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빗물에 다 쓸려나간 것이 아니길 빌어보지만 이제부터는 자연의 몫이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기다리는 것뿐.


텃밭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익기 시작한 토마토를 따서 실온에 놓으면 정말로 빨갛게 익는다는 사실이다. 겉보기엔 다 익어 보이는 토마토지만 이렇게 미리 따버린 것은 완전한 생명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서 혹여 제대로 심어준다고 하더라도 다시 자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무에 달린 채로 완전히 익은 토마토는 심으면(혹은 심지 않고 먹다가 던져놔도) 다시 새로운 토마토가 열리는 생명력을 품고 있다.


우리의 삶도 토마토처럼 시간과 정성, 그리고 충분한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많은 부분을 자연에 기대면서 말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과 최선은 분명히 있다. 거기에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그 안에서 나의 몫을 찾아 다시 최선을 다하기. 그리고 충분히 익을 때까지는 기다리기. 농사나 인생이나. 어쩌면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점은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라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발아해서 뿌리내리고 꽃을 피울 때까지 벌레를 잡아주고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는 뽑아줄 수 있겠지만 대신 자라줄 수는 없는 법이다. 부디 너무 강한 태풍이 불어 뿌리가 뽑히거나, 부러지지 않도록 기도해주면서 바람을 막아주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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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한 달을 마무리하는 오늘. 할 수 있는 것과 기다려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한 한 달이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최선이라는 단어에 부끄럽진 않은지. 핑계를 대고 도망가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읽고 쓴다는 이 단순한 말을 지켜온 지난 120일. 매번 한 달은 같은 듯 다르게 다가오고 다른 듯 비슷하게 걸어온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에 발을 들이고 있었고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도장 찍기처럼 보이는 글이지만 매 일 있어나갈 수 있었다. 이번 30일은 조금은 내려놓고 포기하면서도 타협할 줄 아는 여유로움이 생겼다며 예쁘게 포장해서 이야기해 본다. 그동안 함께해주신 팀원들과 리더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부족한 동료를 아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엔 조금 더 나아진 모습으로 오겠습니다. 또 함께 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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