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한 달을 시작하며
무엇을 행함에 있어 동기는 무척 중요하다. '왜'라는 질문에 얼마나 단단한 대답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지금의 행위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 미리 짐작해 볼 수도 있다. 덧붙이자면 이왕이면 외적 동기보다는 내적 동기를 가진 것이 행동을 계속할 확률을 더욱 높인다고 하니 시작 전에 내가 가진 동기가 무엇인지 한 번쯤 점검해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드디어 고대하던 [한달 서평]이 다시 시작되었다. 설레고 두근거리고 신나는 만큼 크게 숨을 한 번 들이키고 출발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느낀다. 이게 뭐라고 평소 같지 않은 두근거림을 던져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섯 번째 [한달]을 맞이하다 보니 나름의 패턴을 찾아가는 것 같다. 리프레쉬 기간은 읽고 쓰기보다는 가족과 여유에 조금 더 중점을 둔 삶을 살아가고 [한달]이 시작되면 중심점을 읽고 쓰는 삶으로 옮겨온다. 처음에는 리프레쉬 기간에 글을 쉬는 것이 무척 두려웠다. 이러다 끝내 끈을 놓고 말 것 같은 불안함. 간신히 시작한 글쓰기에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이런 류의 감정들이 나를 갉아먹는 것이 싫어서 글 공백을 없애려고 노력도 했다. 나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아 "3년은 매일 쓰는 거야!"라며 선언도 해 보고,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했다. 되게 무력해지는 말이지만 여기서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그 쓰임을 다한다. 매일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당장 눈부신 성장을 보이는 것은 아니더라도 두려움에 벌벌 떠는 짓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굳이 비장하게 마음먹지 않아도 나는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부끄럽긴 하지만)
살면서 내세울 만큼 좋아하는 일도 없었고, 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 일도 없었다. 언제나 무언가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소망했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하지 않으면 제법 삶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이 정도면 좋아하는 일이 읽고 쓰는 것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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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책대로 읽고 글을 글대로 쓰다가 어느 날은 서평도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굳이 [한달 서평]을 신청한 이유는 읽고 있는 책으로 나누는 이야기가 즐거워서이다.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누고 싶다. 문장 하나에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을 잡아두고 싶을 때가 있다. 내게 도움이 된 책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테니 알려주고 싶다. 결국 읽는 행위를 놓지 않는 한 내가 쓰는 글은 그것과 떨어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은 서평과 독후감의 경계에서 고민도 했고, 다듬어지지 않은 어설픈 글을 읽어주는 이들에게 민폐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여전히 그 고민은 유효하지만 이번 기수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보려고 한다. 예외 없이 아이 셋이 24시간을 함께하고 있고, 긴 명절 연휴가 예정되어 있기도 해서 매일매일이 고비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무슨 일이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면 나는 그게 읽고 쓰는 것이고 싶다.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즐거움을 찾는 길이며 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니 말이다.
매번 시작할 때마다 가슴이 벅찬 기대감과 더불어 창대한 계획들을 세워본다. 이번에는 이런 책을 읽어야지. 이런 글을 써볼 테야. 목표를 한 번도 달성한 적이 없지만 넉 달을 매일 읽고 쓰면서 크게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즐거운 일을 하더라도 힘들 수 있다.
시작이 즐거움이라 하더라도 약속을 지키고 결과물을 내는 일이기에 시간과 체력에 허덕이며 '언제 다 읽고 쓰나....' 하는 부담을 가지는 날이 많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왜 계속하느냐고도 묻는다. 어물거리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대답할 수 있다. 즐거운 일도 힘들 수 있으니까, 힘들어도 즐거울 수 있다고 말이다.
이번에도 나름 굉장한 포부를 가지고 첫 날을 시작한다. 책 리스트를 마련하고 어떤 글을 쓸지도 그려본다. 어쩌면 아니 아마도 마무리를 할 때에 돌아보면 허덕이며 채우기에 급급했다 평가할 확률이 무척 높지만 그래도 괜찮다. 좀 실망해도 다시 또 하면 된다는 것도 이제는 아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도장 찍듯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이렇게 노트북을 펴고 앉아 글로 조잘거리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니 희망적이지 않은가.
괜스레 흥분해서 주절주절 말이 길어진 듯하다. 이 설렘을 한 달 내내 잊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이번엔 부디 조금만 덜 좌절하고 실망하면서 무사히 지나갈 수 있길. 읽고 쓰는 이 삶이 30일 더 채워질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