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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Oct 05. 2020

꼭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주인공을 결정하는 기준은 '나'

인디펜던트 워커가 되고자 한다. 필요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계속해서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내게 이들이 말하는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공한 인생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만큼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 내 이야기가 궁금할까? 다른 사람들보다 평범하다 못해 흥미 있을만한 스토리 하나 가지지 못했는데... 


스스로 한계 짓지 말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읽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 가공하면 엄청난 보석이 될 것 같은 짜릿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대로 계속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뭔가 새롭게 배워야 할까? 도무지 답을 찾을 길이 없어 보인다.



Photo by Tim Gouw on Unsplash


<개인의 시대가 온다>를 재독 하는 중이다. 인디펜던트 워커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과 소양에 대한 조언을 읽었다. 그중 인맥을 쌓는 것에 대한 부분에 눈길이 더욱 간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나온 1인 기업가들에게 인맥은 무척 중요하다. 필요한 부분을 보완할 방법도 인맥에서 찾을 수 있고, 키맨을 통해 더욱 확장된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도 있다. 저자는 이미 안면이 있는 지인을 '사업 파트너'로 빌드 업할 수 있다며 자신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한 모임에서 사회활동이 매우 왕성한 중년의 남성 분을 알게 됐다. 뛰어난 언변과 활동력으로 사업성을 창출하는 데에는 탁월한 재주가 있으신 분이었다. 그분과 다소 가까워지면서 만남이 있었는데, 한 번은 그분이 먼저 카페에 오셔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노트북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그냥 지금 바로 쓰레기통에 넣어도 될 정도로 낡았고, PPT 다루는 속도가 너무 느려 목디스크가 걸릴 것만 같았다. 활동력은 강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를 만드는 일에 무척 힘들어하셨다. 바로 이런 것이 그분의 '비어 있는 부분'이다. 나는 미팅이 다 끝난 후 "아까 하시던 PPT 작업, 제가 대신해드릴까요?"라고 제안했고 그분은 흔쾌히 내게 맡겨주었다. 헤어진 뒤 곧바로 작업에 착수해 몇 시간 만에 완성된 파일을 이메일로 모내자 그분은 "천군만마를 만난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며 고마워했다. 


상대방의 부족함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매칭 시키면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의 군사와 말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시대가 온다> p. 194  


이 에피소드를 읽는 데 번뜩 드는 생각이 있다. '그래, 꼭 내가 회사의 주인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 인디펜던트 워커, 1인 기업가 이런 단어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가 '나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주인공 이어야 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사장이 아니면 인디펜던트 워커가 아닌 걸까? 


분명한 것은 1인 기업가도 분명히 함께하는 이가 있다. 사업체는 혼자 굴러가지 않는다. 직원의 형태로 고용을 하건 협업의 관계로 단기 계약을 맺건 동료가 분명히 있다. 내가 가진 역량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종류가 아니라 협업으로 더욱 빛나는 역량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왜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육아 말고 뭐라도>의 주인공(중 한 명)인 그로잉 맘의 이다랑씨의 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녀의 콘텐츠가 부러웠다. 나도 저런 전문가적인 콘텐츠가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워하고 부러워했다. 그런데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보니 다랑 씨가 그로잉 맘을 성공적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조력자의 역할이 꼭 필요했다. 

처음 스타트업에 도전했을 때 그녀는 분명 실패를 했다. 포기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 때, 지금 그로잉 맘의 부대표를 만나 다시 도전을 했다고 한다. 혼자서 생각하지 못한 것을 둘이 함께 고민하고 다독이면서 사업의 방향을 가다듬어 창업에 성공한다. 그녀는 힘든 시기마다 부대표와 함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면 이어온 시간들을 짧게 소개한다.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도 너무나 열심히 함께 해준 부대표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내가 읽은 글의 주인공은 분명 이다랑씨다. 하지만 부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녀의 동료가 없었다면 그로잉 맘의 대표 이다랑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대표의 인생을 기준으로 서술한 책을 읽는다면 그녀는 분명 주인공일 것이다. 다만, 내가 알지 못했을 뿐.


지금의 애플이 있기까지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주로 기억하지만 스티브 워즈니악의 기술력이 없었다면 그의 빛나는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너무도 당연하게 내가 빛나고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이끌어나가는 일만 있다고 생각했다. 능력을 키워 조력자가 될 수도 있고, 커리어를 쌓아 협업자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행동하는 모든 것이 분명히 쓰임이 있을 것이고,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조금 와 닿는 느낌이다. 육아의 경험, 살림의 경험, 지나온 사회생활을 얼마간 떨어져서 곱씹으며 깨달은 사실들, 많은 인간관계에서 느꼈던 점, 독서와 글쓰기로 찾아가는 정체성. 이런 것들이 브랜딩 되어 내가 쓸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게 잘 쓰일 수도 있다는 데에까지 도달했다. 아, 참 힘들게 왔다.


오늘 또 한 가지의 깨달음을 얻으면서 지난하게만 느껴졌던 시간들이 조금은 보람 있었다 여겨진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또 계속하다 보면 막연하게 그리고 있는 미래도 더욱 선명해지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읽고 쓰고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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