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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Nov 04. 2020

내 손을 떠난 수많은 빨대

줄일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 일회용품을 아주 많이 쓰게 된다. 그중 하나가 빨대이다. 첫째와 둘째는 이제 제법 자라 빨대 없이도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물론 10번 먹으면 4번은 쏟거나 흘리지만……. 반면 아직 손 사용이 미숙한 막내는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시면 꼭 곁에 서서 지켜보고 돌봐줘야 한다. 마음이 바쁘고 늘 피곤한 나는 그걸 다 마실 때까지 곁에서 지켜볼 수 없다. (미안하다. 나 하고픈 거 하고 살기에 참 바쁘다.) 그래서 결국 요구르트 병에 빨대를 톡 꽂아서 건네고 만다.


이렇다 보니 집에는 요구르트용 작은 빨대 한 묶음 정도가 항상 구비되어있다. 이 빨대가 모두 순수하게 집에서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만 사용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무슨 소리인가 싶은가?


사실 빨대는 일회용으로 만들어졌지만 꼭 한 번만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용 시 씹거나 물어뜯어서(아이들을 많이 그런다) 형체가 온전하지 못한 것만 아니면 사용 후 씻어두었다가 두세 번 더 써도 된다. 거의 매일 마 때는 씻어서 재사용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정작 빨대가 엄청나게 사용되는 곳은 따로 있다. 아이들의 만들기 시간. 만들기 놀이를 하면서 사용하는 재활용품(상자, 빨대, 과자포장용기 등)은 재활용을 할 수 없다. 풀을 덕지덕지 바르고, 각종 테이프가 붙고, 종이에 붙은 빨대들. 가끔은 사인펜에 색색이 물들기도 하고 수수깡 같은 것을 꿰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바람개비를 만들어도 빨대를 이용하고 빨대를 길게 이어 길을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잘게 잘라 뿌리듯 놀기도 한다. 다 꼽을 수도 없을 만큼 거의 모든 공작품에 빨대가 사용된다.


안 그래도 빨대를 사용할 때마다 목에 걸리는 느낌인데 아이가 빨대를 한 움큼 집어가서 공작을 시작하면 가슴마저 답답하다.


“엄마, 빨대 가져가도 돼요?”

“응? …… 응.”


마지못해 허락을 하면서도 몇 개를 가져가는지 남은 빨대가 몇 개인지 빠르게 스캔하게 된다. 꼭 빨대를 써야만 할까. 아이에게 환경보호의 중요함을 인식시키면서 공작을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까. 찰나와 같은 순간에 몇십 개의 질문을 하고 갈등을 한다.


‘어떻게 하지, 못하게 말릴까?’

‘아예 집에 빨대를 두지 말까?’

‘빨대로 괴로워하는 동물들 사진을 유치원에서도 봤다고 했는데, 왜 연관해서 생각하지 못하지?’


생각은 많지만 놀이 시간을 뺏을 수도 빨대를 두지 않을 수도 없다. 혹시나 집에 없으면 안 하겠지, 공작을 꼭 빨대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다. 

집에 없으면 대체품을 찾는다. 많은 경우 나무젓가락이 대용품이 된다. 얘는 플라스틱이 아니긴 하지만 정교하게 사용하기 쉽지 않다. 원하는 크기로 예쁘게 자를 수도 없다. 너무 두꺼워 디테일을 살리는 작품을 만들 수도 없다. 결국 원하는 크기로 자르고 쪼개기를 해줘야 하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빨대로 괴로워하는 동물의 사진을 보고 빨대를 그냥 버리면 안 되니 그걸로 만들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설득을 하는 것에 성공해도, 설득이 되지 않아도 엄마 마음만 많이 불편할 뿐이다,




사실 이러한 이유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끄고 살았다. 대단한 환경 운동가는 아니었지만 타고나기를 예민하고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나서 플라스틱을 과하게 가까이하거나 몸에 이롭지 못한 것을 먹고 바르면 쉽게 탈이 났다.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몸에 배였던 터라 육아를 하면서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일회용품이 주변을 가득 채우는 현실이 많이 불편했다. 그렇다고 사용을 하지 않으면 육아만으로도 벅찬 삶이 너무 힘겨웠다. 결국 모른 척 눈 감고 사는 쪽을 택한 것이다.


빨대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플라스틱 빨대를 꽂아주면서도 나는 스텐 빨대를 사용했다. 외출 시에는 텀블러를 항상 챙겼고 가능하면 외부에서 음료를 사지 않는 쪽으로 빨대 사용 빈도를 줄이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요구르트 빨대는 대체할 방법이 없었다. 아이가 좀 자라서 용기 그대로 자유롭게 음료를 마실 수 있을 때까지 사용이 불가피한 것처럼 느껴졌다.


카운터에서 손님에게 "빨대 필요하세요?"하고 물으면 대부분이 "네, 주세요." 한다. 매장에 일회용 빨대를 비치해놓으면 빨대 없이 마시도록 디자인된 뚜껑에도 어떻게든 빨대를 꽂아 마신다. 반면 일회용 빨대를 없애고 손님이 직접 요구하게 하면 하루에 한두 명이 요청할까 말 까다. 사람들은 처참한 거북이 사진을 보며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고 실천한다.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p. 34


빨대를 전혀 안 쓸 수는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아이들의 창작활동이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보다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내게 둘 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영원히 모른척하고만 살 수는 없지 않을까.


최근 미세먼지가 다시 심각해지는 날이 많아지면서 환기를 하면 기관지가 아팠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동안 한 번도 불편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중국 공장 가동률이 정상화되면서 공기질이 나빠졌다는 건 원망하면서, 그들이 공장을 가동하여 만든 것들은 편리하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인 듯하다. 


이렇게 빨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용할 때마다 한번만 더 생각해 보자는 의미다. 꼭 써야 하는가? 남들이 사용을 하는지는 관심 두지 말자. 그저 내 손에서 사용되는 빨대. 이것만 한 번씩 더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나는 왜 빨대를 사용하고 있을까? 빨대가 아니면 무엇이 불편한 걸까? 여자들의 경우 화장이 지워진다는 이유로, 몇몇 사람들은 얼음이 입술에 닿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빨대를 사용한다. 

빨대 없는 생활이 불편한 원인을 찾으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빨대 없이 마시기 편리하게 디자인된 텀블러나 용기들도 많다. 얼음을 걸러주는 거름망이 있는 아이스용 컵도 있다. 빨대가 정말 필요하다면 스텐이나 유리 빨대를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만 신경 쓴다면 최소한 내가 사용하는 빨대 하나쯤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매일 하나씩만 덜 사용해도 일 년이면 300개가 넘는다. 열 명만 함께 동참해도 3000개의 빨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그까짓 몇 개 더 쓴다고 얼마나 차이 나겠어'가 아니라 '하나라도 덜 쓰면 하루라도 지금의 지구를 더 유지할 수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실천해 보자. 나는 어느 면으로 봐도 환경적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회용 기저귀를 쓰고, 물티슈가 생활필수품인 사람이다. 


그럼에도 권하고 싶다. 부족한 나도 이렇게 생각하고 노력하려고 하고 있으니, 같이 해보시기 않겠느냐고 말이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생각하고 빨대를 사용 하사길 바란다. 쓰지 않으면 정말 안 될까?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일회용품으로 고통받는 것은 더 이상 해양 생물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조금만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즉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포장용만 어떻게 해도 플라스틱 사용량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일회성 플라스틱부터 잡고 가면 된다. 온갖 염치와 오지랖을 부리며 고군분투할 깜냥 따위 없으니, "아 저도 그래요!'하는 사람들과 다보록다보록 모여 판을 갈아엎을 작당을 한다. 이미 늦은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여기서 할 수 잇는 일을 할 테다. 좋아서, 또 그게 옳다고 생각하니까.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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