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콕맘 예민정 Nov 02. 2020

90권의 독서는 어떻게 했나?

읽고 쓰는 삶을 지속 할 수 있었던 비결 part 1.

무엇도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삼 남매 육아 맘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선택지가 독서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찾은 해답. 그렇게 책을 읽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현실은 한 달에 한 권을 소화하지 못해 끙끙거리는 수준이었다.



잘 읽고 잘 쓰기 위해 여러 가지 환경 설정을 했다. 의식적 노력을 시작한 지 열 달이 지났다. 그동안 대략 90권 정도의 책을 읽었고 이 글까지 딱 200편의 글을 썼다. 손이 가장 많이 간다는 영유아기 자녀 셋(3살, 5살, 8살)을 키우면서, 그것도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아이들과 24시간을 보내면서 이렇게 읽고 쓸 수 있었던 나만의 비결이 있지 않을까? 이 기회를 빌려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Photo by freddie marriage on Unsplash



대원칙 : 묻따(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라.



너무 간단한가? 그냥 읽는 데에 이길 방법은 없다. 하지만 말처럼 쉽다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나 역시 무조건 읽는다는 게 쉽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의식적 노력을 시작하기 전의 필자가 한 달에 한 권을 못 읽던 사람이란 걸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 쉽고 재밌는 책은 굳이 노하우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 잘 읽히지 않는 책을 접했을 때나 정말 읽기 싫을 때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위주로 생각해 본다.


나의 경우 설정된 환경 탓(독서모임 선정도서라든지)에 취미에도 맞지 않고 어렵기만 한 책을 읽어야 할 때가 있었다. 일단 읽어야 하긴 했는데, 한 장도 못 넘기겠는데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을까?



1. 눈에 안 들어오는 책은 소리 내어 읽어보자.


그냥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쉽지 않다면 녹음 기능을 이용해 보길 권한다. 눈으로 입으로 읽고 나중에 들으면서 다시 읽는 경험을 꼭 해보길 권한다. 요즘은 오디오북이 지원되는 책이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 목소리로 내 호흡대로 읽은 책이 귀에 더욱 잘 들어온다. 누가 듣는 것도 아니니 좀 틀려도 괜찮다. 나중에 들을 때 버벅대거나 혀가 꼬인 것도 웃음 포인트가 되어 좋다. 읽다가 혼잣말이 들어가도 괜찮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라든지, '읽기도 힘든 문장을 쓴 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인지'라든지 말이다. 


문제점은 내 목소리에 거부감이 생긴다는 거다. 그건, 필자도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다. 미안하다. 나도 그랬다. 다만 처음 들을 때의 거부감만 극복하고 나면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참아보시길.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목소리가 훨씬 좋다. 꼭 이 말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대의 목소리는 충분히 예쁘고 좋다.


덧붙이자면 녹음 기능의 한계도 있고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일이니 한 챕터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해보길 권한다. 그렇게 읽고 나중에 소리만으로 다시 읽어보면 색다르게 책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2. 보상을 하라.


나의 경우 웹 소설 읽기를 무척 좋아한다. 참 쓸데없는 환상 속의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현실도피에 이만한 취미생활이 없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누군가는 그게 게임일 수도 드라마 정주행일 수도 있다. 어렵지만 한 챕터, 또는 한 시간 읽기를 성공했다면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져도 괜찮다. 웹 소설을 마음 편히 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도 책과 친해지기 위한 방법이 된다. 어차피 볼 웹 소설이라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무엇이 되었건 그대의 취미 생활을 기쁘게 영위하는 수단이 되길 바란다.



3. 처음 읽는 책은 그냥 빠져들어라


많은 사람들이 읽고 나서 잊어버리는 독서는 지양하고 남는 독서를 하라고들 한다. 남는 독서를 하려니 꼼꼼히 읽어야 한다.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생각을 하면서 노트까지 적어가며 읽으면 책을 씹어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책에 빠져들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땐 가볍게 읽기를 권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나 의미 있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 정도는 흐름을 따라가는데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 책을 접거나 플래그 잇을 붙여 표시만 하고 넘어가도 괜찮다. 이렇게 표시만 하고, 필요하다면 한두 단어나 짧은 문장으로 여백에 메모를 간단히 하고 일단 끝까지 읽자. 그리고 필요할 때, 가령 서평을 써야 한다던지 그 책이 다시 필요한 시기가 되면 꺼내어 표시된 부분과 밑줄을 위주로 발췌독을 하면 된다. 


이렇게 읽으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고 부담도 적으며 남는 독서까지 할 수 있다. 다시 읽어볼 일이 없는 책이라면 전반적인 소감이나 느낌 정도만 남겨도 된다. 누구도 꼼꼼히 읽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지 않는다. 서평이야 쓰면 좋지만 모든 책이 서평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선은 몰입하여 책에 빠져드는 경험을 충분히 하길 바란다.



4. 여러 권을 동시에 읽어도 괜찮다.


다독가들이 다독의 비결로 내세우는 것 중에 하나가 자신의 머무는 공간마다 책을 비치해 두는 것이라고 한다. 같은 책을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회사, 집, 화장실, 거실, 안방을 움직이긴 쉽지 않다. 그래서 각각의 공간에서 읽기에 편안한 책을 비치해 두고 여러 권을 동시에 읽어나간다.


꼭 한 권을 완독해야만 다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말했더니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내용이 섞여서 이어가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여기에 나는 ‘키워드 독서’를 권한다. ‘키워드’를 가지고 여러 책을 동시에 읽으면 효과가 좋으니 참고용으로 설명을 덧붙여보겠다. 다음은 필자가 실제로 동시에 읽은 책과 포인트로 잡은 내용이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N잡러가 될 수 있을까?’이다.


<장진우 식당>- 장진우 씨가 처음 식당을 시작했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가족들의 건강 챙기고 요리를 하고 식단을 관리하고 있어. 생각해 보니 요리사, 영양사, 건강관리사. 식당 주인, 창업주, 메뉴 개발자 등의 직업을 가질 수 있네.

<모지스 할머니> - 75세에도 그림을 시작해서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었다면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고 즐거운 일을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볼까? 요즘은 이모티콘 시장도 좋다던데.

<기록의 쓸모> - 지금 읽고 쓰는 이 시간들이 쌓이면 책으로 노하우를 나눌 수도 있겠는걸. 왜 시작했는지, 무엇을 위해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고 있고 계속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육아 말고 머라도> - 한 분야의 프로가 되려면 이런 과정들을 거치겠구나. 그럼 내가 가진 노하우를 업그레이드해서 프로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을까?


처한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풀고 싶은 문제인가를 늘 염두에 두고 책을 읽으면 여러 권을 읽지만 하나로 묶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너스로 알고 있으면 더욱 좋을 듯하다.



5.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보라.


책만 읽다 보면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하는 주인공의 모습, 상황 등이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가 되었을 때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보자. 나와는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했는지 비교해 보라. 어느 날은 내가 한 상상이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만 아는 우월감이 생길 수 있다. 그 우월감에 취하면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질 것이다.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는데 아쉽네~ 하면서 말이다. 



자기 계발서는 관련된 동영상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는 영상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것도 좋지만 나라면 이 책을 읽고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마치 내가 쓴 책처럼 우쭐거려도 좋다. 저작권 등이 신경 쓰인다면 비공개 계정으로 영상을 만들어 지인들과 공유해도 좋다. 내가 작가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그보다 책을 잘 읽는 방법은 없을 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으로 현실 도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