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경상도식 고기 고명
경상도 여자가 충청도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서 처음 맞은 설날. 형님을 따라 들어간 주방에는 이미 질 좋은 양지가 들어간 육수가 펄펄 끓고 있었다.
“거의 다 됐어, 동서. 거기 앉아 있다가 고기 꺼내서 식으면 결대로 찢는 것만 해.”
“네, 형님.”
남편은 '고기가 물에 빠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기는 구워 먹어야 제맛이라 생각하는 부류다. 시댁 식구들 입맛도 비슷해서 명절 떡국은 조금만 준비한다. 준비한 떡국도 대부분 여자들과 아이들만 먹는다.
낯선 주방에서 난생처음 익힌 소고기 양지를 결대로 찢었다. 생각해 보니 고기를 결대로 찢는 일을 해 본 적이 없다. 친정에서는 장조림도 고기를 나박나박 썰어서 만들기 때문에 고기를 찢을 일이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시댁에서 고기육수로 끓인 떡국을 처음 먹어봤다. 첫 입에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진한 고기 국물로 끓인 떡국은 먹을수록 풍성한 풍미와 감칠맛이 나서 입맛을 당겼다. 이제는 시댁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설날에 먹는 떡국을 기다린다.
그럼 집에서는 떡국을 먹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진 않다. 어릴 적부터 먹었던 방식 그대로 경상도식으로 끓여서 먹는다. 경상도식 떡국은 고기 고명만 준비되어 있으면 떡만 불려 끓일 수 있어 라면만큼 간단하다. 혼자 살 때는 겨울이면 이틀에 한 번은 떡국을 끓여먹었다. 간단하고 든든한 메뉴다. 오늘 아침도 간단하게 떡국을 끓여냈다.
“또 떡국이야? 진짜 내가 평생 먹은 떡국보다 당신이랑 결혼해서 먹는 떡국이 더 많을 거야.”
남편이 평생 먹은 떡국보다 많이 먹게 된 경상도식 떡국. 라면보다 쉬우니 같이 끓여보자.
재료 : 소고기 간 것, 두부, 국간장, 참기름, 깨소금
1. 갈아놓은 소고기는 키친타월로 핏물을 살짝 제거해 주세요.
2. 단단한 두부 라면 잘게 깍둑썰기 하셔도 좋고, 무른 두부 라면 으깨주세요.
3. 냄비에 소고기와 두부를 넣고 볶아주세요.
혹시 바닥이 눌어붙을 것 같다면 참기름을 살짝 둘러주셔도 좋습니다.
4. 국간장을 콸콸콸 부어주세요.(고명으로 넣는 거니 짜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5. 고기와 두부에서 나온 물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 깨소금을 넣고 마무리하시면 됩니다.
이제 고명이 다 만들어졌어요. 짜기도 하고 물기도 날렸기 때문에 한두 달은 냉장 보관하셔도 괜찮습니다만, 자주 먹지 않아요 하신다면 소분해서 냉동 보관하시면 됩니다.
재료 : 떡국떡, 고기 고명, 계란지단, 김가루
1. 떡국 떡은 물에 불려주세요.
2. 물을 끓여주세요. (육수 아닙니다. 그냥 맹물이면 됩니다.)
3. 물이 끓는 동안 계란 지단을 부칠 거예요.
3-1. 계란 1~2개를 볼에 담아 잘 저어주세요.(꼭 흰자 노른자 나누지 않아도 괜찮아요.)
3-2. 넓은 팬에 후루룩 부어주세요.
3-3. 바닥이 어느 정도 익었다면 뒤집어 주세요.
3-4. 식혀서 채 썰어주세요.
4. 물이 끓으면 떡국을 넣어주세요.
5. 떡이 하나 둘 떠오르면 다 익은 겁니다.
6. 떡을 국물과 함께 그릇에 담고 고기 고명과 계란지단 김가루를 올려 내면 완성입니다.
계란 지단은 너무 번거로워요 하시는 분 있으시죠? 이러면 라면보다 더 간단한 게 아닌 것 같고 말이죠.
계란지단은 꼭 준비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과정은 비슷하지만 계란을 라면처럼 풀어 넣으셔도 됩니다.
재료 : 떡국떡, 고기 고명, 계란지단, 김가루(조미김을 부셔도 돼요)
1. 떡국 떡은 물에 불려주세요.
2. 물을 끓여주세요. (육수 아닙니다. 그냥 맹물이면 됩니다.)
3. 물이 끓으면 떡국 떡을 넣어주세요.
4. 떡이 떠오르기 전, 물이 다시 끓을 때 준비한 계란을 톡 넣어 취향껏 풀어주세요.
(반숙 계란을 좋아하신다면 젓지 않으시면 됩니다)
5. 떡이 하나 둘 떠오르면 다 익은 겁니다.
6. 떡을 국물과 함께 그릇에 담고 고기 고명과 김가루를 올려 내면 완성입니다.
참기름과 깨소금은 더하고 싶으시면 추가하시면 됩니다. ;)
색다른 떡국으로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