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을 얕보는 것이 아니다.
'시작이 반이다.' 많이들 쓰고 있고 나 역시 많이 쓰는 말 중에 하나다. 시작은 시작일 뿐인데, 왜 반이라고 하는 걸까? 무언가 꾸준히 해 본 사람들은 안다.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령 매일 책을 읽는 것만 해도 그렇다. 인생의 수많은 변수들이 책을 읽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 직장인이라면 갑자기 변경된 프로젝트로 밤을 새워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육아중인 엄마라면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짬을 내기 힘들 수도 있다. 학생이라면 시험기간이라 독서가 사치인 날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련 속에서도 마음먹은 것을 계속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고작 '시작'에 절반의 공을 주는 건지.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중을 차지하는 '꾸준함'이 너무 가치절하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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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맞이하려면 우선 변화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마음을 먹지 않으면 행동의 변화가 따라올 수 없다. 예를들어 건강한 몸은 어떻게 완성되는 것일까? 우선 건강한 몸을 가지겠다고 마음을 먹어야한다. 물론 마음만 먹어서는 몸이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는 마음 먹는게 뭐 어려운 일인가 할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먹지 않으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생활이 이어진다. 물을 하루종일 500mL밖에 마시지 않아 몸에 수분이 부족한지도 모를테고, 자세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척추에 무리를 주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수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만성피로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요즘 너무 피곤하네. 왜 그렇지?' 로 끝날 뿐이다.
이제 마음을 먹었다면 실천을 해야한다. 운동을 하건 식단을 조절하건(다이어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잠을 충분히 잘 자는 것이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혼자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비슷한 결심을 했지만 실천은 못하고있는 사람들을 모으면 된다. 흔들리면 서로 잡아주며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들은 무척 바쁘다. 일분 일초를 아끼기위해 출근 버스에 몸을 맡기기 위해 어플을 켜고 버스의 위치를 파악한다. 움직이는 동선을 최소화 하기 위해 빠른 길찾기를 하는 것이 생활화되어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미리 주문을 하고 바로 찾아간다.
너무도 많은 것이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있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전신의 감각을 외부로 쏟고있는 요즘이다. 덕분에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지금의 내가 어떤 상황인지 들여다볼 수 가 없다. 인지하지 못한 채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후회를 할 지도 모른다. 시작이 그래서 중요하다. 무언가 결심한다는 것은 현실을 직시했다는 의미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정확히 보고 마음을 먹으면서 방향을 정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 변화는 현실이 된다.
요즘 핫한 <더해빙>의 저자가 지은 또 다른 저서 <오래된 비밀>을 열었다. 오랜만에 온 친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니 따로 앉아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밀리의 서재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한 장이라도 읽자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나는 실현된다.
영화 <철의 여인>에서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이 남긴 말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지 않았으나 이 말 하나만 들어도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의 나를 떠올려보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은 상상이 안 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처음엔 그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다. 엄마가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모자람을 채우는 방법으로 독서를 택했다.
몇 권을 읽어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현실에 적용하고 생활이 변해야만 했다. 방법을 찾다보니 독후감처럼 서평을 쓰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사람들과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곳에 몸을 담았다. 씽큐온과 씽큐베이션을 거쳐 한달에 이르렀다.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모든 변화의 시작점인 것이다.
2년 전쯤 sns를 시작하면서 자기소개에 "성장하는 사람, 든든한 아내, 부끄럽지않은 엄마, 사랑스러운 딸"이라고 썼다. 시간이 지나 지금 나는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 있고,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살고 있으며, 여전히 엄마에게는 사랑스러운 딸이고 있다. 든든한 아내인지는 남편에게 물어봐야하는데, 그 전에 왜 하필 든든하고 싶었는지 잠깐 썰을 풀어보자면 이렇다.
당시에 나는 엄청 약했다. 세 아이를 출산하고 몸이 아파서 아내로써 엄마로써 자리를 충분히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내 몫의 많은 부분을 남편과 친정 엄마가 대신해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짐작컨데 당시에는 든든하게 아내의 자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스로는 지금 충분히 든든한 아내가 아닐까 생각한다.
말의 힘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다. 내뱉아 놓고 사실 잊고 있을 때가 더 많다. 솔직히 이 글을 쓰기 위해 sns를 열어 자기소개를 다시 봤다. 돌아보니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었다.
어제 '나'를 소개하는 글에서 진짜 출간 작가가 되고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글이 책의 서문에 자리하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쩌면 이미 절반을 온 건지도 모른다. 나머지 반은 '꾸준히' '끝까지'가 채우면 될 것이다. 덕분에 오늘도 30페이지의 책을 읽었고 한 편의 글을 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