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경보가 울렸습니다

일단 조심하자!

by 로지


"여보, 나 팔이 가려워."

운전 중인 남편의 팔을 보니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들이 보인다. 둘이 같이 머리를 굴려 지난 24시간 정도를 되짚어본다. '뭐가 잘못된 거지?' 그동안 먹은 것, 접촉한 것, 신체 활동 중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읊어본다. 불행히도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billie-5OXE3KjDEfI-unsplash.jpg

Photo by Billie on Unsplash



남편은 건강한 체질인데 비해 위장도 피부도 약한 편이다. 햇볕에도 쉽게 타고 금방 따가워한다. 조금 피곤하거나 음식을 잘못 먹으면 피부에 두드러기처럼 올라오거나 묘기증처럼 부어오르기도 한다. 피부가 몸의 신호등인 셈이다.






엄마가 되면 무면허 가정 내 의원이 된다. 의학적 지식은 없지만 가족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민감하게 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가족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도 있다. 세제를 바꾸거나 비누에 따라서도 가족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반응을 달리한다.


첫째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볼에 침독이 올랐다.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고,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해서 연고를 발라주고 기다렸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침독이 무려 1년 넘게 아이를 괴롭혔다. 병원에 가도 더 독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 줄 뿐 차도가 없었다. 날이 더워지고 여름이 되니 짓무르고 헐어버린 아이의 양 볼에서 진물이 뚝뚝 떨어졌다. 더워서 더욱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아이들 피부 회복력이 좋다고는 하나 여자아이 얼굴에 볼 전체가 헐어버린 모습이 마음 편하게 지켜봐 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급작스러운 감기 기운으로 인해 친정 근처의 다른 병원을 찾았다. 아이를 진료하신 선생님은 감기는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라고 하시고는 헐어버린 양 볼의 상태를 봐주셨다. 아이의 피부가 습한 편이고 침독으로부터 시작된 걸로 봐서 건조를 시켜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며 로션과 연고를 잠시 중단해보기를 권하셨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충분히 타당하다고 생각되었고 우리 부부는 그 처방을 따르기로 했다. 사실 연고를 발라도 겉으로는 진정되는 듯 보였으나 속 피부가 아문 것 같아 보이지 않았던 탓에 의사의 말을 믿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잠시 연고를 중단하니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아이의 볼에 형성된 듯했던 얇은 막이 다시 벗겨지며 짓무른 속살이 드러났다. 아이도 우리도 괴로운 시간이 지났다. 다행히 건조해지는 겨울이었고 아이의 볼은 조금씩 말라가기 시작했다.

연고를 발라도 나은 것처럼 보이지 않던 빨갛던 속살이 뽀얗게 색을 달리하며 새로운 살이 차올랐다. 돌잔치를 하던 날. 더 이상 사진을 찍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정도로 아이의 얼굴은 제 모습을 찾았다.


지금도 첫째는 로션을 지속적으로 바르면 얼굴에 두들두들한 돌기들이 생긴다. 간혹 너무 건조한 날, 입가가 건조해서 찢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어야 조금 발라주는 정도여야 적정하다. 민감하고 피부가 약한 데다 열이 많고 땀을 잘 흘리는 체질이다. 덕분에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땀띠가 뒤덮여 며칠을 고생해야 한다.


반면에 둘째는 체질도 피부결도 전혀 다르다. 꾸준히 로션으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금방 손과 얼굴이 건조해져 각질이 일어난다. 그 상태로 하루만 방치해도 빨갛게 피부가 자극되어 버리니 따라다니면서 씻기고 발라주어야 한다. 체온이 높은 편이 아니기에 얇은 긴 옷을 겹쳐 입히는 것이 좋고 땀이 나도 땀띠가 잘 생기지는 않는다. 음식을 먹고 입 주변에 묻은 걸 방치하면 빨갛게 부어오르고 금방 따가워한다. 첫째와 다르게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둘째는 첫째와 다르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음식이 명확했다. 우유는 닿기만 해도 피부가 부어올랐고 무릎 뒤편 접히는 부위에 아토피가 보이기도 했다. 시기에 따라 다리에 적절하게 햇볕을 보여줘야 했고 건조함을 잘 관리해야 했다.



습진은 사실상 영유아의 음식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며
대부분 음식 알레르기보다 피부 문제가 먼저 나타난다.

<피부는 인생이다> p.117



<피부는 인생이다>를 읽으면서 몇 가지 쓰고 싶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아이들의 피부 이야기였다. 병원을, 의사의 처방을 의심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겪은 케이스에 내 아이가 적용이 되는지 여부는 결국 부모가 판단해야 한다. 운이 좋아서 우리 아이와 같은 체질을 봐왔던 의사를 만난다면 한 번의 처방에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체질의 다른 피부를 가지고 있다면 그 결과는 아이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christin-hume-0MoF-Fe0w0A-unsplash (1).jpg

Photo by Christin Hume on Unsplash



딸아이는 며칠 땀 흘리고 신나게 놀면서 관리를 소홀히 했더니 겨드랑이에 땀띠가 났다. 덕분에 긁는 모습이 종종 보여 수분 겔을 발라주며 말리기를 반복한다. 남편은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증상은 명확하다. 열이 오르는 일이 생기면 더욱 가렵고 증상이 심해진다. 푹 자고 오늘 운동은 쉬기로 한다. 뭐든 조심하면서 쉬어보자.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 유심히 살피며 또 다른 증상이 생기지는 않는지 지켜보아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작이 절반이나 차지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