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진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by 로지

<진짜 부자 가짜 부자>는 저자가 자신을 부자로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집도 없고 비싼 차도 없지만, 나는 부자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자가 흥미롭다. 저자는 회계사로 주식 시장 근처를 기웃거려본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강사로 유명하다. 최근에 제주도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부자'의 정의가 마음에 들었다.


아마 저자가 부자라고 단언하는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소득이 높은 회계사잖아.' '저 사람 강의가 얼마 짜린데. 부자겠지.'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건 실제 저자가 부자가 된 건 고소득으로만 이루어낸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쉬지도 않고 강의를 하면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수입이 있었지만 며칠만 쉬어도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궁극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부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은 책을 완독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제시하는 방법을 모두 소개할 수 없으나 꿀팁 한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제로 금리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살다 보니 살림만 하는 주부도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대박 주식으로 거액 자산가가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모아둔 돈이 물가상승분은 반영해 주길 바란다. 나날이 비싸져가는 교육비와 생활비(실감은 인플레이션 시대인 듯하다)에 더불어 길어진 수명에 따른 부부의 노후 대책까지. 외벌이로 고군분투하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재테크를 해 보겠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보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소비를 줄이라는 말이다. 부자가 되는 법은 간단하다. 적게 쓰고 많이 벌고 잘 불리면 된다. 너무 간단한가? 이렇게 간단한 걸 못해서 부자가 되지 못했다니 가슴이 아프다.


소비를 줄이겠다고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계부 쓰기다. 큰 아이 노트 1000원, 소시지 5000원, 양파 2500원 파 2900원... 쓰다 보면 지치는 가계부에 에잇! 하고 관둬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몇 달이 지나 다시 텅장이 되어버린 현실을 보고 다음에는 방법을 바꿔본다. 마트 29000원(식료품), 주유 90000원, 아이 옷 30000원... 카드 내역을 살펴보고 간혹 현금 지불한 것들도 기억을 더듬어 가계부를 써 본다.

처음에 소비를 줄이는 데는 가계부가 효과가 있다. 특히 갑자기 소비 폭이 늘어난 달(바이러스로 아이 셋이 집에 있으면서 한 달 식비를 열흘에 쓰는 달)은 늘어난 생활비로 다른 소비를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정말??) 같은 달 다른 소비를 줄이지 못했다 하더라도 마이너스가 난 달을 확인하고 나면 다음 달에는 소비의 폭을 의식적으로 줄이게 된다. 가계부를 쓰면서 느끼는 최책감(?) 같은 것들이 힘들어 애써 지출하는 곳을 보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일정기간 이상 가계부를 쓰면서 생활을 해보면 소비 패턴이 거의 일정하게 보인다. 씀씀이도 비슷하게 자리 잡아 옷 한 벌을 더 샀다면 운동화를 다음 달로 미루는 것이 크게 의식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매일 혹은 한 달에 한 번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기록하는 게 꼭 필요한가?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 없을까? 이 시간을 줄여서 책을 한 장 더 읽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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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ichael Walter on Unsplash


여기에 사경인 회계사(저자)는 솔루션을 제시한다.(개인적으로 이 방법으로 월 정산 시간을 반은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잔액만 확인하라."


예를 들어 이번 달 급여가 300만 원이고 통장에 잔액이 100만 원 남았다면 이번 달 사용한 비용은 200만 원인 것이다. 비용에 무엇까지 넣을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나중에 보험 등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도 나온다고 한다.) 어쨌건 최종 잔액만 기록하면 한 달간 사용한 비용이 나오는 것이다. 콩나물 1000원에 두부 2000원. 더 이상 더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번 달 순자산(자산-부채)에서 전월 순자산을 빼면 이번 달 이익을 쉽게 산출할 수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로드맵을 그리고 한 달에 얼마를 모으기로 결심했다면 이번 달 이익이 결심한 금액과 같은지, 적다면 다음 달 비용 절감을 위해 좀 더 노력하고 많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는 식으로 생활을 하면 된다.

생각보다 지출이 많았다면 시간을 들여 세부내역을 확인하고 점검을 하는 등으로 매일 가계부를 쓰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부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다. "나는 큰 부자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그냥 집 한 채 있고, 차 한 대 있고, 애들 교육시킬 수 있고, 우리 부부 노후자금 정도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이게 부자가 아니고 뭔가?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부자를 너무 별다르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서울에 집 한 채가 얼마인가. 요즘은 차도 비싸다. 애들 교육비는 말하는 입이 아플 정도고 노후 자금은 대체 얼마나 필요한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아닌 게 아니라 '부자'의 정의부터 스스로 세워봐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부자는 뭘까?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말처럼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정확하게 찍어놓고 경로를 탐색하는 것이 옳다. 그중 지름길을 검색하는 꿀팁 하나를 얻었다. 이번 달은 정산하는 날이 조금 더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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