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런 생각

이런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by 로지


(이 글은 그저 이런 이야기를 보았고 들었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는 글임을 참고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첫째는 피부가 무척 약한 편이다. 침독으로 시작된 피부 트러블로 일 년 넘게 고생을 했고, 지금도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며칠간 가렵고 따가워한다. 그렇다 보니 피부 외부 자극도 신경을 쓰지만 먹거리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말은 이렇게 하지만 숱한 과자와 초콜릿을 먹게 허용하니 슬픈 현실이다.)

당시 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 무농약 유기농 식품의 이점, 그로 인한 불편함(비싼 가격, 세척의 힘듦) 등은 물론 토종 종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때 처음 몬산토라는 회사가 있다는 걸 알았고, 듣기론 참 몹쓸 회사였다. 세상에 이렇게 나쁜 회사가 있을까 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본주의 자유 경제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폭력적이고 파괴적일지라도) 강점을 살리고 기업을 키우는 최선의 방식을 택했을 뿐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데까지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https://youtu.be/98epLuxGp7Q



쌀을 주식을 하고 있고 야채와 비가공식품의 비율이 많은 우리나라 식탁에 몬산토 등 대기업의 폭력적인 세계 점령 비중은 일개 인간으로서는 무섭지만 막기 힘든, 그래서 쳐다보고 떨고 있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오늘 경제방송을 들으면서 언젠가 우려했던 농업의 무기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우리 정부는 국민의 먹거리에 대한 안전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정부가 지켜주지 못하는 먹거리의 안전성을 일개 개인인 내가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준비해야 하는가?


정확한 근거를 내세울 수 없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고민스럽긴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종자의 많은 부분을 몬산토 등의 세계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일전에 일본에서 반도체 관련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건이 터졌을 때도 종자에 대한 권리(?)를 일본에서 주장하게 되면 한국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종자(식물, 꽃을 포함한)가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불하거나 재배를 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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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Evie S. on Unsplash


그 모든 것이 카더라일 뿐이었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정도 근거가 타당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일부분이지만 사회가 마비되는 사태를 지켜보았다. 일시적으로 사재기로 인해 기본적인 쌀 등의 식품들이 동나는 현상도 보았다. 당시에는 충분한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적극적 홍보와 사람들의 인식이 같은 방향을 보면서 금세 해소되었지만 어느 날 전 세계가 농업을 무기화해서 전쟁을 하게 된다면 당장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섭고도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유발 하라리 특집 기간으로 그의 저서만 몰아보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 몸풀기로 그가 공저한 <초예측, 부의 미래> 일부를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외계어 같던 그의 말이 조금씩 와 닿기 시작한다. 그의 입을 통해 알게 된 에피소드를 하나 공유한다.


1980년대 무너져가는 러시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자기 사람을 영국에 보내 자본주의를 공부해 오라고 시킵니다. 러시아 관료는 영국인 안내자와 함께 런던 시내를 시찰하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안내자에게 질문을 합니다.

"잠깐만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반나절이나 런던을 돌아다녔는데도, 빵을 사려고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걸 보지 못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영국인 안내자는 질문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고, 그에 관료는 설명을 합니다. 모스크바에서는 최고 엘리트들이 사람들에게 충분한 빵을 공급하기 위해 매일 최선의 노력을 하는데도 빵집과 슈퍼마켓에 긴 줄이 생기는데 10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사는 런던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시 영국인 안내자는 "그런 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없소."라고 밖에 답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빵의 공급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밀을 경작할 사람과 빵을 구울 사람을 나누는 위원회도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시장에 충분히 빵이 공급되는 이유는 권한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인 이유는 저 때가 20세기였기에 소련은 붕괴를 맞이했고 영국은 자본주의로 경제를 꽃피울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당시에는 한 곳에 모인 대량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고 붕괴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분산형 정보 처리 시스템'이 공산주의 '중앙 집중형 정보 처리 시스템'보다 더 잘 작동했다. 하지만 21세기는 인공지능, 기계학습, 빅데이터, 알고리즘 같은 기술들이 중앙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처리해 정확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일을 가능하게 해 준다.

만약 의학 및 유전학과 같은 분야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정부가 가지게 된다면(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도록 시킨다면) 그걸로 얼마나 많은 주도권을 가질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많은 정보의 양으로 더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중국으로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려고 모인다면 현재 아마존이나 페이스북으로 몰려드는 데이터 양으로 봤을 때 의학 및 유전 관련 데이터는 중국이 독식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유발 하라리는 앞으로 화폐가 없어질 가능성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람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미래에 대해 말한다. 화폐를 대신해 데이터로 거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없어진 일자리를 대신해 기본 소득의 보장이 되지 않을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암담한 상황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부익부 빈익빈 정도가 아니라 일부 극소수 사람들에 데이터와 부가 모이고 절대다수가 빈곤에 빠져 하루하루가 버거운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게 뭐가 되었건 지키는 대상은 일이 아니라 인간 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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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하고 있다. 아마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시기를 '변화의 시작' 혹은 '변화의 조짐을 알아차린 시기'라고 정의할지도 모른다. 촉발점이 바이러스가 될지 혹은 우리가 짐작하지 못하는 무엇이 될지는 모른다.


화폐를 대신해 데이터를 거래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먹어야 하고 자야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도태되어 사라진 기업처럼 어느 순간 나라 전체가 도태되어 살아남지 못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기적 일지 모르겠으나 도태되어 사라지는 기업이든 나라든 그게 우리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누군가 도태되는 것이 막을 수 없는 시류라면 말이다.)

쌀 종자를 구하지 못하고 저렴하게 들어오던 수입산 농산물이 끊어져 폭동이 생기는 일이 우리나라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살림만 하는 주부인 나도 걱정하는 현실이니 분명 정부적 차원에서도 고민하고 대책을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부디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걱정하는 모든 일이 현실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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