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흔한 말

무엇이든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by 로지

'한달'의 라이브가 있는 날. 폭풍 같은 저녁 시간을 보내고 운동까지 끝냈다. 이 날따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운동을 한 덕에 힘든지도 모르고 과하게 움직였더니 몸이 덜덜 떨린다. 다른 팀의 라이브를 들으며 라이브 환경을 확인하고 숨을 고른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 적어둔 메모를 들여다본다.


앞서 차근차근 말씀을 나눠주시는 유숙님을 보며 '라이브를 내가 뭔 깡으로 신청했을까.' 머리를 콩콩 치며 후회를 한다. 라이브를 하고 나니 또 멍하다. 옆에 둔 물을 한 컵 모두 마시고서야 조금씩 진정이 된다. '내가 대체 뭐라고 말한 거지?' 지난번에도 같은 후회를 해서 이번에는 꼭 녹화해 두리라 마음먹었건만 허둥거리고는 또 녹화를 못했다. 말실수를 한 것 같은데 다들 문제 삼아주지 않아 고마웠다. 팀원들의 라이브는 신선하고 공감된다. 비슷하지만 다른 고민들을 듣고 각자의 극복과정을 나누면서 함께 업글인간이 되는 기분이다.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좋은 느낌이다. 이게... 진짜 좋은데, 어떻게 표현을 해야 잘 전달될지 모르겠다. 사람에게는 분명히 소속됨의 욕구도 있을 것이다. 가족 내에 속해 있길 원하고, 친구 무리에 들어가길 원한다. 회사 내에서도 '소외'되지 않고 주류(?)에 속해있길 원한다. '소외'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


'한달'은 매일 글을 쓴다는 '하나'를 가지고 각자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글로 남기고, 누군가는 일상의 무엇이든 쓰려고 노력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 외에도 많지만 자세한 건 '한달'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아직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어색하고 쉽지 않아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위해 환경설정으로 '한달'의 멤버가 되었다. 우습게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활동에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눈을 뜨면 '오늘은 뭐 쓰지?' '언제 쓰지'가 글을 완성할 때까지 따라다닌다. 주말이나 일정이 잡힌 평일에는 하루 시간표를 미리 짜기 바쁘다. 어느 시간대에 글을 쓸지 미리 조율해두지 않으면 아이들을 재워두고 마감시간까지 불이 나게 써야 할 수도 있다. 한 달 동안은 하루가 '한달'과 함께 움직이는 셈이다.


요 며칠 사이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글을 쓰는 시간이 즐겁지만은 않았고, 꼭 써야 하는 건가 하는 불순분자도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최근 글에 '왜?'라는 말이 많이 보이는 이유다. 계속해서 의문이 드니 관련되는 글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굉장한 성취감을 얻는 것도 아니고, 쉬운 말로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옆에 두고 "너는 놀거라 나는 책을 읽을 테니"하고 보면 어느 순간 정신이 번뜩 든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 건 아닌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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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essica Lewis on Unsplash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고 있는 중이다. 다른 분들이 읽고 서평으로 나누어 주는 글들을 보다 보니 읽고 싶어 졌다. 일전에 말한 '무식한' 사람이기에 철학 역시 문외한이지만 용기를 내어 글자만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경력이나 인생의 전환기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어떤 일이 끝나는 시기다. 거꾸로 말하면 무언가가 끝남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의 '새로운 시작'에만 주목해 대체 무엇이 끝났는지,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 '끝'에 관한 물음에 진지하게 맞서지 못한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p.152


내내 멍하게 읽다가(라고 쓰고 그냥 지나치다가) 툭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무언가가 끝나는 것이 시작점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흔히 뭔가를 하다가 중간 어느 지점쯤 지났다는 생각이 들면 '이만큼 했으면 성과가 보이든 뭐가 되든 해야 하는 게 아닌가'하며 회의감에 빠지거나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과정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이 어렵다. '왜 이 만큼 했는데 성과가 없지?' '소질이 없나?' '이 길이 아닌가?' '역시 타고난 사람들만 하는 거였어.' 이따위 생각들이 대부분을 차지해서 지속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든다.




돌아보면 지난 '한달' 역시 쉽지 않았다. 고작 30일이지만 매일 읽고 쓴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변수가 생기는지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러기에 30개의 도장을 찍는 것에 집중했고 해낼 수 있었다. 처음이니 '하다 보면 뭐든 되겠지.'가 비교적 쉬웠다(라고 쓰고 보니 진짜?라고 되묻게 되지만 일단 그렇다고 치자). 진짜 성과라 할 만한 변화는 마치고 나서 리프레쉬 기간에 찾아왔다. 한 달 동안 다른 팀원들의 글을 읽으면서 보고 싶었던 책을 구입하고 글을 썼다. 브런치에 도전했고 '작가' 선정도 되었다. 다음 메인에 글이 공유되고 내가 쓴 글을 몇 천명이 읽어주는 기쁨을 맛봤다. 매일 책을 읽고 쓸 이유를 굳이 찾지 않아도 저절로 하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걸 매번 느낀다. 고작 두 달여 쓰고 있는 그것도 퀄리티를 유지하거나 퇴고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하는 개인 소장용 같은 글을 쓰고 '회의감'이니 '재능'이니 ' 실력'이니 이런 것들을 논할 여지가 있는 것일까? 메타인지는 낮다 못해 없는 듯하고 그릇은 간장 종지다. 쯧쯧. 이래 놓고 바닥이라고 위로를 구걸했다. 부끄럽기 그지없다.


결국 책을 읽은 것도 글을 쓴 것도 얼마 되지 않았음을 자꾸 잊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대체 꼭 기억해야 하는 것 중에 담고 사는 게 몇 개나 되는 것인지. 길어야 두 달 정도. 겨우 이 정도 시간을 보내 놓고 잘 써지지 않는다며 자책하고 퀄리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자괴감에 빠진다. 말이 안 된다는 걸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꾸 되뇌지 않으면 또 자신을 과신해서 회의감에 빠진다. 아직 사람이 덜 됐나 보다.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무엇을 '끝'낼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번 한 달을 잘 마무리하면 또 어떤 전환기를 맞이할지 기대하며 마지막 그 날까지 무엇을 할지 마구 늘어져있는 책을 정돈하고 쓸거리를 모아봐야겠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그 흔한 말을 새겨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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