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글쓰기를 멈추고 보니
매일매일 점을 찍듯이 무언가를 써내다 무려 사흘이나 쉬었다. 물론 책은 계속 읽고 있고, 글감을 생각하기도 했다. '3년을 매일 써보자' 했지만 쉼표가 필요했다.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숨을 돌리는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 나름 타당하지 않냐며 사흘의 공백을 가졌다. 띄어쓰기 같은 사흘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Photo by Matteo Vistocco on Unsplash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으면 안 하는 건 정말 쉽다는 것이다. 무언가 매일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운동, 글쓰기, 독서, 공부 등을 매일 한다는 것은 늘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서 있는 느낌으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 잔뜩 긴장해서 목표점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한다. 그래야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 그것이 고작(?) 독서 30분 일지라도 말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기 계발을 한다는 건 수많은 변수와 핑곗거리들과의 싸움이다. 언제 아이가 아플지 모른다. 어느 날은 혼자 잘 놀던 아이가 유독 놀아달라며 매달리기도 한다. 내 컨디션이 나빠지는 순간을 예상할 수 없고, 갑자기 번아웃이 돼서 밥차 릴 여력도 남아있지 않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목표한 바가 많다면 많을수록 더욱 팽팽하게 긴장해야 한다. 기필코 계획한 일들을 다 해내고 말겠다는 굳건한 결심으로 눈을 떠야 '탕'하는 소리와 함께 바바바박 계획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정확히 목표점(가령 오늘의 독서 100페이지 라던가)에 도달할 때까지는 주위를 돌아볼 틈이 없다. 잘못하면 출발도 못하고 하루가 끝날지도 모른다.
간혹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있다. '꼭' '반드시' '기필코'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은 말들을 한 번도 쓰지 않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맞이할 수도 있다. 습관처럼 아침을 준비하고 식사를 마치고는 덮어둔다. 멍하니 드라마를 보고 밀린 일거리를 쳐다보다 귀찮아서 대충 다음 끼니를 때우고 만다. 대충 먹었으니 기운이 날 리없다. 다시 멍하게 책을 뒤적이다 간식을 먹고 정리를 좀 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왠지 더 피곤해서 운동도 거르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보던 드라마나 마저 보자 하다 늦게 잠든다. 생활에 아무런 활력이 생기질 않는다. 별로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차라리 '오늘은 완벽하게 쉴래'라고 마음을 먹는 편이 훨씬 낫다. 건강하게 아침부터 잘 챙겨 먹고 미뤄두지 않고 일을 한다. 그래야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으니 말이다. 의식적으로 누워서 몸을 충분히 쉬어준다. 졸리면 좀 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개운하게 쉬고 나서 다시 끼니를 챙겨 먹고 가볍게 걷거나 혹은 드라마를 보거나 원한다면 책을 읽어도 좋다. 충분히 몸도 마음도 쉬었으니 저녁은 조금 더 기운차게 실력 발휘를 해 본다. 손이 많이 가서 못해먹던 음식들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잘 먹었으니 쉬는 김에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좋겠다. 하루가 별거 없어 보여도 좋아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렇지만 휴식에도 마음먹음이 필요하다는 건 왠지 좀 각박해 보인다.
나는 어떤 사흘을 보냈을까? 사람이 산다는 게 앞서 말한 것처럼 저렇게 극단적이지만은 않다. 아무 의미 없는 날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쉰 것 같지도 않은 시간을 보냈다. 거기에 아이 셋과 함께 주말부터 남편의 리프레쉬까지 삼일이 지났으니 완벽한 휴식은 꿈꿀 수 없는 현실이지 않는가. 다만 '꼭 해야만 해.' 하는 게 없으니 별다르지 않아 보이는 일상이 조금 더 여유롭긴 했다.
'꼭 책을 읽어야 해' 하지 않으니 몸 상태를 봐가며 미라클 모닝을 쉬었다. 가능한 날은 일어나서 명상도 하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확보했지만 무리라는 느낌이 왔을 때는 미련 없이 다시 잠을 더 잤다. 아침에 못 읽은 책은 낮 시간에 읽으면 된다며 스스로 다독였다.
보통의 주말은 아침을 먹고 정리하기가 무섭게 노트북을 켰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가량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없는 사람처럼 글쓰기에 몰입한다. 자연스럽게 그 시간은 남편의 독박 육아 시간이 되고 아이들은 만화 영화를 시청하거나 아빠 괴롭히기를 한다.
'꼭 글을 써야만 해' 하지 않으니 주말에 아이와 보드게임을 하며 놀아줄 여유가 생겼다. 부루마블을 설명해가며 아이와 놀아주다 보니 '언제 이만큼 컸을까' 싶기도 하고 눈높이를 맞춰 놀아도 유치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내가 선사한 잠깐의 여유로 이틀 내내 브루마블의 덫에 빠진 남편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
Photo by Cristian Newman on Unsplash
refresh
1. (피로하거나 더운 상태에서 벗어나) 생기를 되찾게 하다
2. (남의 술잔·찻잔을) 다시 채우다
3. ~의 기억을 새롭게 하다
며칠을 보내며 리프레쉬 기간이 왜 필요한지 깨닫는 중이다. 무조건이라는 말에서 나오고 보니 비슷하지만 다른 일상을 사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를 몰아붙이느라 못한 일들을 좀 해보려 한다. 가령 집안 정리라던지 아이 옷 만들기 이런 것들 말이다.
이렇게 쓰고도 내일 또 손가락이 근질거린다며 무언가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며칠 안 썼더니 머리가 멍하고 글이 정돈이 안 되는 느낌이기도 하다. 뭐... 그럼 어떤가? 그건 그것대로 좋은 점이 있을 거라고 믿어보자. 어쨌거나 완전히 그만두는 게 아닌 것이 중요한 것이겠다. 다음 한 달은 곱절로 힘들 예정이니 지금은 충분히 다시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