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그린원 Sep 10. 2024

절대 작별에 익숙해질 수 없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새가 그곳에서는 훨훨 날 수 있기를!

“어어…“

아침식사 중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남편의 얼굴이 어두웠다.


“왜 무슨 일인데?”


“AH이 방금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응, 근데 왜? “


난 AH와 페이스북 친구이지만 팔로우는 하지 않는다. 그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가 올리는 콘텐츠는 항상 공격적이고 밝지 않기 때문에 항상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언제서부턴가 언팔을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은 내 피드에 뜨지 않는다.


“새 하나가 어젯밤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대.”


남편이 이야기해 주지 않았으면 나는 아마 몰랐을 이야기. 아침부터 슬픈 소식을 듣고 싶진 않았는데. 더 쉽지 않았던 이유는 그 새가 바로 우리가 AH에게 준 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화조라는 새를 키우고 있다. 5년 전 덴마크에서 두 쌍을 데려왔는데 왕성하게 아이들을 출산하여 그린란드 여기저기에 그들의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다. 우리는 새들이 아이들을 출산하고 장성하면 주변에 나눔을 해 주고 있었는데 AH는 2년 전 두 암컷을 데려갔다. 그중에 한 마리가 죽은 것이다.


오랜만에 AH의 페북을 방문해서 그가 올린 글에 Care 이모티콘을 눌렀다. 얼마 안 있어서 AH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 인숙. 지난밤에 새 한 마리를 잃었어. 그래서 이제 새 한 마리만 남았어. 얘, 혼자 살 수 있을까? 금화조는 굉장히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들었는데 괜찮을까? 너희 집으로 데려가서 다른 새들과 함께 있게 할까? 아니면 혼자 둬도 되는 걸까?”


사실 부모를 빼놓고 우리 집에 혈기왕성한 수컷 새들만 남아서 암컷을 찾아서 짝지어줄까 어쩔까 하던 참이어서 1초 동안 생각했다. 다시 데려올까…?


하지만 남편이 지금 데리고 오면 수컷들이 달려들 테니까 좋지 않다고. 예전에 본인이 키우던 새 중에 형제들이 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도 혼자 꿋꿋하게 잘 지냈던 암컷 새 한 마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도 그 새를 기억하고 있다. 우린 그 새를 프린세스라고 이름 지었는데, 그 새는 죽을 때까지 남자도 없어서 종종 나는 엘리자베스 1세를 떠올리곤 했다. 혼자 남았을 때 그 새에게 작은 거울 장난감을 새 우리에 달아줬다. 덜 심심하라고. 그게 꽤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AH에게 애견샵에 가서 새 용 거울장난감을 달아주라고 조언을 해줬다. 너무 고맙다며 바로 애견샵으로 달려가겠노라고 했다. AH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이 지난밤 엄청 울었고, 아들이 잠든 후에 본인도 엄청 슬펐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내 핸드폰 갤러리를 열어 2년 전 사진이 나올 때까지 오랫동안 스크롤 다운을 했다. AH에게는 없는 그 새와 나만의 기억과 추억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 금화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털 색이 나올 때까지 수컷인지 암컷인지 알 수 없다. 금화조를 키우면서 느끼는 재미가 또 그곳에 있다. 우리 집 새들은 종종 수컷들을 많이 만들어왔기 때문에 나중에 조금 시간이 지나 애기들이 암컷인 것을 알았을 때 무척 기뻤던 기억이 난다. 애기들이 첫 샤워를 혼자서 했던 때, 어미에게 밥을 달라고 부리를 벌려 힘껏 소리를 내는 동영상까지 내 폰에는 그 모든 기억들이 남아있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나도 울컥 눈물이 났다.


새들이 세상을 떠나는 경험은 여러 번 했지만 그때마다 쉽지 않다. 모든 새들이 다 각기 다른 성격과 버릇과 음식 취향이 있다. 사람이랑 비슷하다. 형제랑 바락바락 싸우다가도 어느새 옆에 앉아서 서로 털을 고르고 있고 밤이 되면 서로 옆에 딱 붙어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우리 집에는 이제 출가를 해도 좋을 다 자란 수컷들이 세 마리가 있는데 갑자기 오늘 우리가 밖으로 보낸 새 한 마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내 발소리만 들으면 어두운 아침에도 그게 나 인 것을 알아채고 삑삑 하고 소리를 내는 그들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


절대 작별은 익숙해질 수 없다.

앞으로도 쭈욱 그럴 것 같다.


새들이 사람보다 짧게 사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 앞으로도 이런 과정을 몇 번이나 더 겪어야 하는 걸까? 그런 걸 알면서도 난 왜 새들을 키우는 걸까? 사는 동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라는 생각까지 이어지는… 조금 슬프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날이다.


오늘따라 밖에 날씨는 왜 이리 좋은 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