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말로 쌓이지 않는다

by 다결


이제 나도 나이가 든 것일까.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새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지위도 있었고, 경제적 여유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젠틀했다.

만날 때마다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 내가 만난 분들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이들을 만나며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크게 보면, 이들은 두 가지 캐릭터로 나뉜다.



첫 번째 부류

이들은 만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밥을 사준다.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좋네.” “만나줘서 고맙네.” 이 말이 습관처럼 따라온다.

도와줄 일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묻되, 자신의 의견을 함부로 말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나도 자네들을 만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네.”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스마트해. 사고방식이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더라고.”

이런 분들을 만나고 나면 부담이 없다.

다음 만남이 자연스럽게 기대된다.



두 번째 부류

이들 역시 밥을 잘 사준다.

분위기도 캐주얼하고, 대화도 편안하다.


하지만 반드시 조언이 따라온다.
본인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내고, 그 안에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삶을 살아왔는지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인생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분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부류가 직업이나 계층과는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다.
유명 대학교 교수, 잘나가는 증권가 상무, 수천억대 스타트업 투자자, 실력 좋은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까지, 누구든 이 두 분류 중 하나에 속해 있다.


물론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
그들이 살아온 시간 속에는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쌓여 있을 것이다. 젊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길 바라는, 좋은 마음에서 비롯된 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게 된다.



당신은 어떤 부류의 사람이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늙고 싶은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첫 번째 부류를 떠올릴 것이다.
그들은 나이 많고, 경험 많고, 돈 많은 어른이기 전에 ‘대화가 되는 사람’, ‘편안한 사람’으로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같은 사람을 여러 번 만나게 된다는 건, 어쩌면 온 우주가 돕는 인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조금 불편한 관계일지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불편함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는 참지 못한 듯 혼자 폭주해버리기도 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 말을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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