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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경앤 Nov 18. 2022

기억바꾸기.나는 가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한다.

가을을 좋아하지 않는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가을이 두렵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잔병치레가 많던 아이들과 병원을 매일 다니다시피 했던 때부터인 거 같다.


가을 축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나들이...

가을산 등반...

이런 걸 해본 기억이 없다. 응? 정말 없었나? 생각해 보았다. 

좋은 일들도 많았었는데 안좋은 기억이 워낙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그래서 다른 기억들이 그냥 묻히는 거 같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잠재의식 속에 있는 가을은 왜 좋지 않은 걸까?

아니, 왜 두려운 걸까?

아이들의 잔병치레도 환절기인 가을에 많기도 했지만, 다경앤도 많이 아팠다. 

독감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며 엄청 고생을 했던 겨울도 있었다.

그 다음 해부터는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시작되면 추운 겨울이 온다는 생각에 두려웠던 거 같기도 하다.


아이들의 대학입시와 관련해서 맘고생이 많았던 때도 찬바람과 함께였다..

기대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아이들...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함께 많이 아팠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찬바람이 불면 마음이 아니, 가슴이 아파진다.


집안의 크고 작은 안좋은 일들은 겨울에 많이 있었다. 그래서 찬바람이 부는

겨울을 알리는 가을이 오면 싫다는 감정이 아닌 두려운 감정이 드는거 같다.


이제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가을이 오는 것을 알려준다.

항상 막연한 두려움에 가을을 뺏겼다면, 이번 가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준비를 하고 싶었다.

2022년 가을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좋은 가을의 기억을 가지기 위해 기억 바꾸기 미션을 준비했다.




                                                  기억 바꾸기 1





가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기억을 바꾸고 싶었다.

 2022년 가을은 기억 바꾸기 미션으로 돌입했다.

우선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좋은 일을 많이 만들었다.

제일 먼저 가을 단풍 가족 나들이를 했다.

환절기 잔병치례로 가을 가족 나들이를 거의 하지 못했던 기억을 바꾸기 위해서다.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은 환절기 감기 때문에 외출을 못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각자의 생활이 바빠서 시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을 단풍이 가장 이쁠 때를 맞추어야 했으므로 시간 약속 정하기 어려웠다.

사진 찍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식구들의 투정을 뒤로하고 가을 단풍 나들이를 했다.

엄마의 기억 바꾸기 미션 수행을 위해서....




노란 단풍은 정말 사랑스러웄다. 사진 찍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는 아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셀카봉으로 찍는 가족사진은 더 재미있었다.

가을 단풍과 함께 독사진도 찍고 여자끼리 남자끼리도 찍고..

아이들이 엄마 아빠 사진 찍어준다며 좋은 포즈 잡으라고 하는 순간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

남매 찍어준다고 같이 포즈 잡으라고 하니 처음에는 현실 남매끼리 사진 찍는 거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던 아이들도 어느새 엄마 아빠보다 순간포착을 더 잘했다.

잘 나온 사진을 보고 아이들도 사진 찍기를 잘했다며 흡족해했다.

인생 컷 건졌다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을 보니 엄마의 미션이 성공적임을 알 수 있었다.




                                                 기억 바꾸기 2




두번째 기억바꾸기 미션은 20대를 함께 보낸 친구들과의 가을 단풍여행이다.

가장 열정적이며 꿈이 많던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들과 가을 단풍구경으로

치악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빨간 단풍이 그렇게 이쁜지 새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기억 바꾸기 미션은 성공적이었다.

지금부터 기억하는 가을은 다르다. 

가을은 단풍이 아름답다.

가을은 너무 짧다. 

가을이 가기 전에 마음껏 즐겨야 한다.

그러니까 짧은 가을을 즐기기 위해서는 준비를 잘해야 한다.


가장 먼저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

생기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하는 어리석은 걱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즉,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이 미래에도 일어날 거라는 걱정으로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맘도 몸도 준비하면 가을은 의외로 행운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기억 바꾸기 미션으로 가을은 이제 느낌이 좋다.


매년 가을에는 올해처럼 정말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 같다.

다경앤의 기억 바꾸기는 계속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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