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알리는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여름 내내 출근길에는 항상 짙은 초록과 함께 였다. 아침부터 퍼붓는 햇살에 걸으면 땀이 송골송골 나기도 했다. 그런데, 짙은 초록의 나뭇잎이 앙증맞게 물들기 시작했다. 조용히 가을이 오고 있었다.
아침 출근길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이뻤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은 정말 그림 속에서 보던 하늘이었다. 앙증맞게 물든 나뭇잎과 함께 높고 푸른 하늘은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땅만 보고 걸었으면 놓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이런 하늘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정말 이제 가을이구나. 가을 하늘이 이렇게 생겼구나 감탄하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아침에는 모두 바쁘다. 발걸음이 빠르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던 사람도 무슨 일인가 하고 내가 바라보던 하늘을 함께 쳐다보았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핸드폰을 꺼내더니 하늘 높이 들고 사진을 찍었다. 빠른 발걸음의 방향은 다르지만 시선은 같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나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그 사람도 지금 나처럼 아침에 찍은 사진을 꺼내 보고 있을까?
나는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화창한 하늘 오늘 같은 날씨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거 같다. 이러한 설렘이 기분 좋게 한다.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밝아 보인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나도 모르게 기분이 우울하다. 비에 젖은 옷 때문이기도 하고, 중요한 약속을 취소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우울해 보인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뜩 나도 하늘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을 닮고 싶다. 파란 청량함과 하얀 구름의 깨끗함으로 주위를 기분 좋게 해주는 그런 하늘이고 싶다. 하지만, 맑고 청량한 하늘만 닮고 싶은 건 아니다. 하늘은 가끔 흐리고 비가 오기도 하지만 다음날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은 얼굴을 보여준다. 나도 그런 하늘이고 싶다. 우리 인생도 그런 거 같다. 행복한 일도 있지만, 어렵고 힘든 일도 있다.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잘 이기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다시 맑은 하늘처럼 말이다. 다시 맑아지는 그런 하늘을 닮고 싶다.
나는 오뚝이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런 하늘이고 싶다.
오늘의 맑은 하늘이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일지 모른다. 이것도 우리 인생과 닮았다.
내일 하늘이 또 어떨지 모르듯이 나의 내일도 어떨지 모른다. 하지만 일기예보가 있는 것처럼 내일 나의 하늘도 상상해 본다. 내일은 맑음. 무조건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