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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eritif Nov 20. 2022

Clement Baraut, 끌레멍 바호

사브니에르 지역의 내추럴 와인 선구자

“건강한 포도로 만든 살아있는 와인의 생명력은 가히 상상력을 초월한다고 확신합니다.”

- Clement Baraut




루아르 강 서쪽에 위치한 사브니에르 (Savennieres). 끌레멍 바호는 사브니에르 지역을 아펠라시옹으로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자 이 지역에서 내추럴 와인 양조의 확산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입니다.



루아르 강 서쪽에 위치한 사브니에르




끌레멍과 까홀린

오후 4시. 그의 양조장에 도착했습니다, 어느 잡지에서 봤을 법한 아름다운 공간에서 끌레멍과 그의 파트너 까홀린이 다경 팀의 방문을 환영해줍니다.




끌레멍 바호의 와인들

테이스팅룸 옆 리셉션 공간 한켠에서 이들의 와인을 종류별로 볼 수 있었습니다. 문득 모든 레이블에 있는 상징적인 심볼의 의미가 궁금해졌습니다.



와인 레이블에 그려진 이 심볼은 무슨 의미인가요?


까홀린 : 화가였던 제 아버지가 그린 그림이에요. 춤추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혹은 포도송이로 보이기도 하죠. 저희의 와인을 마시면서 느낌이 가는 대로 표현해 주셨어요.



설명을 듣고 나니 끌레멍 바호의 와인을 마셨을 때, 마치 우아한 춤을 보는 것 같기도, 혹은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얼굴을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 같기도 합니다.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내추럴 와인 메이커의 길을 걷게 된 걸까요?






두 분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요?


까홀린 : 대형 슈퍼마켓에서 매니저로 38년 동안 일했었어요. 직장에서 오래 일해 온 저를 위해 다른 분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1년 동안 양조학과 영어를 배웠죠.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되었네요!


끌레멍 : 저는 원래 환경학을 공부했고, 양조학에 관심이 생겨 버건디와 보르도에서 학업을 마쳤어요. 이후 1989년에 양조학 교수로 일하면서 연구실에 재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가족이 찾아와서 와인 샘플 분석을 의뢰하더군요.


아직 발효가 진행 중인 와인이라고 안내하니 이 가족은 때가 된 것 같다며 바로 병입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완성된 상태가 아닌데 병입 하는 그들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후에도 매해 이 가족은 샘플 분석을 의뢰하러 왔고, 이들이 만드는 와인에 대해 점점 호기심이 커져갔죠. 어떻게 이 상태에서 와인이 때가 됐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자연적으로 가스가 발생할 것이고 이게 바로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해답이다.’라는 답변을 받았어요.


당시에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겠어요.


맞아요. 여러 해 동안 내추럴 와인 샘플 분석을 하며 결국 제가 배웠던 이론을 떠나 ‘내추럴 와인’ 이야말로 와인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르더라고요. 와인은 결국 이산화황과 같은 인위적 개입이 아닌 '포도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요.


그럼 언제부터 내추럴 와인을 만들게 된 건가요?


2007년에 제 나이 50세부터 본격적으로 내추럴 와인을 만들게 됐어요. 그거 아세요? 포도가 건강하면, 와인의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한답니다.



슈냉 블랑 100%로 만든 르 삐뜨후이에 20 (Le Pitrouillet 20)


와인을 만들 때 본인만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나요?


순수(Pure)하고 과실미가 은은하게 입안을 감도는 화이트를 만들려고 해요. 그래서 산화된 뉘앙스가 나지 않도록 양조하고, 보트리티스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에흐브 떵드르 21 (Herbes Tendres)


이번에 한국에 출시되는 에흐브 떵드르네요! 부드러운 허브라는 뜻 맞죠?


맞아요. 로제 펫낫인 에흐브 떵드르는 봄이 되면 풀밭에 눕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와인이에요. 마셔보면 바로 느끼실 거예요. 체리즙과 기분 좋은 단맛의 여운이 매력적인 와인이죠. 슈냉 블랑과 그롤로 그리를 반씩 블렌딩 했어요.




끌레멍 바호의 디저트 와인 레 사블르 (Les Sables)


이 디저트 와인은 처음 보는 와인이네요? 산미가 정말 좋군요!


슈냉 블랑으로 만든 디저트 와인 레 사블르에요. 보르도 디저트 와인이 따라올 수 없는 산미를 가진 특징이 있죠. 이 와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자면 본조(Bonnezeaux) 지역의 아펠라시옹을 받으려고 했어요. 그러려면 디저트 와인 기준으로 11도의 알코올이 나와야 하는데, 10.7도가 나와서 '본조'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고 레 사블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게 됐어요.








사브니에르 지도



어느덧 해가 지고, 테이스팅도 끝났습니다. 끌레멍은 함께 저녁을 먹자며, 저녁 식사의 시작을 알리듯 여러 종류의 지역 토종 밀과 10년 동안 키운 르방으로 만든 사워도우를 가져왔습니다. 이 빵은 끌레멍이 가장 좋아하는 사워도우로 오늘의 만남을 위해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릴' 지역의 3일장에서 사 왔다고 합니다.





까홀린의 통삼겹오븐구이
끌레멍의 브리치즈감자구이






끌레멍은 잠시 셀러에 가서 자신의 밭에서 두 번째 수확한 포도로 만든 97년도 빈티지의 와인을 가져왔습니다. 한 모금씩 천천히 음미하며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살아있는 그의 와인이 가진 힘에 감탄하였고, 한편으로는 세월이 담긴 자연의 선물에 인간으로서의 겸허함을 느꼈습니다.





까홀린의 생크림오렌지마멀레이드(좌) 칼바도스 (우)

까홀린과 끌레멍은 늦게 와인 메이킹을 시작한 편이라고 하지만 내추럴 와인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했습니다. 무르익어가는 대화 속에서 다시 한번 까홀린과 끌레멍의 와인에 대한 사랑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서너 시간 동안 함께 나눈 대화, 까홀린이 자주 만든다는 디저트, 그리고 함께 곁들인 칼바도스 한 잔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사과향의 여운과 함께 밤은 깊어갔습니다.






Clement Baraut


포도나무를 비롯해 식물에 대한 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끌레멍 바호는 부르고뉴와 보르도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후, 양조학 교수로 일했습니다. 니콜라 졸리의 좋은 땅 일부를 얻게 되었고, 특히 호슈 오 므앵 (Roche aux Moines) 지역 내 포도밭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 높은 퀄리티로 인정받은 덕분에 그랑 크뤼로 밭 자체가 지정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루아르 지역의 슈냉 블랑 (Chenin Blanc) 으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하며 우리들에게 슈냉 블랑의 순수한 과실미와 살아있는 감동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끌레멍 바호는 사브니에르 지역을 아펠라시옹으로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자 니콜라 졸리와 함께 루아르에서 내추럴 와인 양조의 확산을 주도한 선구자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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