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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eritif Dec 22. 2022

Clos Fantine, 끌로 팡틴

토양에 대한 존중을 우선으로


“포도밭에 다양한 풀들과 생물들이 공존해야 비로소 땅이 숨을 쉴 수 있다.”

-Clos Fantine


토양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끝없이 지켜보고 관찰하여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드는 끌로 팡틴. 살아 숨 쉬는 듯한 포도밭에서 풍겨오던 허브향이 여전히 코끝을 스칩니다.


끌로 팡틴을 이끄는 삼 남매 중 막내 꼬린느
끌로 팡틴의 와인들




프랑스 남부 랑그독에 위치한 끌로 팡틴







다경 와인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생산자 도멘 끌로 팡틴은 까홀르(Carole), 올리비에(Olivier), 꼬린느(Corine) 세 남매가 이끌고 있습니다.



까홀르, 올리비에, 꼬린느




삼남매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가진 부엌과 커피 한 잔


팡틴. 입으로 소리 낼 때 기분을 좋게 하는 단어예요. 팡틴의 이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팡틴은 경마를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별명이었어요. 우체부였던 아버지는 언제나 ‘팡틴’이라는 경주마를 응원하셨죠. 어느 날 팡틴이 경주에서 이기게 되었고, 소원을 이룬 아버지는 더 이상 경마를 관람하지 않으셨어요. 현재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경주에서 이기고 행복해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고자 도멘의 이름으로 짓게 됐죠.






편암 중심의 토양

끌로 팡틴의 집 주변에서는 편암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끌로 팡틴의 밭은 주로 편암 중심의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덕분에 와인에서도 팡틴만의 섬세한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돌틈을 비집고 나무와 풀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는 이곳. 토양(흙) 없이 바위 위에 풀이 나는 격이랄까요? 포도나무 또한 살아남기 위해 돌틈을 향해 끝없이 뿌리를 뻗어낸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토양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위 사진처럼 노출된 토양을 관찰하면 그 일대 포도밭들의 토양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포도밭으로 향하는 길
1932년에 심어진 생소




포제르에 위치한 밭. 포도나무 이외에 어떠한 식물도 심지 않았지만, 풀들이 알아서 모여 뿌리를 내렸다고 합니다. 달팽이, 벌, 무당벌레, 온갖 생명체가 살고 있는 이곳. 신선한 허브향이 물씬한 팡틴의 밭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밭이 정말 아름다워요.

무릎 높이보다 높게 자란 풀들도 인상 깊고요. 밭을 대하는 끌로 팡틴만의 기준이 있나요?


꼬린느 : 저는 양조학자였어요. 와인에 관한 공부는 정점을 찍기도 했죠. 하지만 내추럴 와인을 알게 되고서 모든 관점이 뒤엎어졌어요. 저희 밭은 바다가 가까이 있어 건조한 해풍이 꽤 불어요. 쟁기질을 자주 하면 땅마저 너무 건조해지기 때문에 쟁기질 자체를 하지 않아요. 무조건 토양의 건강을 1순위로 생각해요. 그리고 2년에 한 번 정도 양치기인 친구에게 부탁하여 50마리의 양을 풀어놓고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게 두곤 해요. 양은 먹이를 충분히 먹을 수 있어 좋고 저희는 자연스레 밭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무릎까지 오는 풀들


두더지 굴도 있고 무당벌레, 벌집, 각종 곤충과 허브가 한 곳에 있으니 밭이 살아 숨 쉰다는 인상을 받아요.


밭을 숨 쉬게 하기 위해 오랜 시간 관찰을 했어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자라는지 한 걸음 떨어져서 현상을 바라보곤 해요. 그때마다의 포도나무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함께 이루어지고요. 여러 해 동안 관찰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어요.





또 자연을 이해하는 방법이 있나요?


지금 주변에 귀를 기울여보면, 귀뚜라미가 정말 많이 울고 있죠? 귀뚜라미가 이 시기에 유독 많이 울면 보통 더위가 빨리 와요. 더위가 올 시기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셈이죠. 그리고 곳곳에 노란 꽃이 많이 피어 있다면 땅이 건조하다는 것, 보라색 꽃이 많이 피어있으면 땅이 촉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이곳을 이루는 모든 하나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네요!


이렇게 많은 풀들이 한 데 모여 있는데 포도나무의 자생능력에 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흘러가는 대로 자연의 순리에 따라 두고  있어요. 심지어 지금 보이는 7년 된 포도나무는 처음 심던 해에만 물을 딱 한번 주고 지금까지 물을 준 적이 없어요. 포도나무의 자생능력을 높이기 위해 제가 한 건 이게 전부예요.






곳곳에 클로버와 보리가 많이 보여요.


클로버와 보리의 높낮이로 땅의 수분 함량을 체크하고 있어요. 클로버가 더 높이 자라면 땅이 건조함을 뜻하고, 보리가 더 높이 자라면 땅이 습하다는 신호예요. 즉, 곰팡이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뜻하고요.


그럼 밭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군요?


맞아요. 클로버를 그대로 두면 땅에 많은 아조또(질소)를 제공할 수 있어요. 클로버가 아조또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고, 아조또는 포도를 비롯한 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성분이죠.




작게 보이는 하얀 알갱이가 아조또입니다.



두 번째 밭은 팡틴의 랑떼흔느 밭. 아까와 달리 돌이 곳곳에 많이 보입니다. 꼬린느는  땅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두 손 가득 흙덩어리를 들어 올려 향을 맡아보라고 권유했습니다.


흙에 시원한 향이 나네요?


이런 느낌이 돌 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마치 몸이 깨어나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이 밭은 편암(Shist)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5억 년 전에 히말라야 땅이 뒤집혀 생겨난 땅이라 미네랄리티가 좋아요. 이 느낌들이 저희 와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죠.








이동 중 마주친 올리비에


함께 기른다는 아몬드나무





 

밭을 둘러본 후, 팡틴의 집에 돌아와 마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와인테이스팅을 이어갔습니다.


왼쪽부터 뀌베 꾸흐티올, 포제흐, 뉘 도하쥬, 랑떼흔느, 팡테지 블랑, 팡테지 로제


끌로 팡틴 포제흐 19


밭을 보고 나니 와인이 다르게 보이는 것도 있지만 올해도 아주 좋네요?


올리비에 : 포도를 발효해서 넣었을 뿐인데 이게 바로 마법이라고 생각해요.




삼 남매가 직접 기른 올리브로 만든 올리브유






끌로 팡틴이 가고자 하는 궁극적 방향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꼬린느 : 저희는 딱 하나예요. 이곳에 파라다이스를 만들자!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사는 것. 그 자체가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해요.







Clos Fantine


1990년부터 랑그독 지역 내 포제르 (Faugeres)에 자리 잡고 있는 끌로 팡틴은 전 세계 와인 매니아들에게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 약 22ha에 가까운 땅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 남매 까홀르(Carole), 꼬린느(Corinne) 그리고 올리비에(Olivier) 가 도멘의 재배와 양조를 맡고 있으며, 이들의 아버지 때부터 유기농법으로 와인을 생산해 왔고, 현재는 내추럴 와인을 만들기 위한 모든 과정의 표본으로 불릴 정도로 체계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토양의 퀄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멘 끌로 팡틴의 밭은 무당벌레, 벌, 두더지부터 다양한 종류의 허브와 풀이 상호작용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비료나 해충제, 이산화황 등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자연이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덕분에 섬세한 포도를 매년 얻고 있으며, 와인에서도 이런 섬세한 향과 풍부한 향이 그대로 담겨 있어 내추럴와인 그 자체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특히 편암 중심의 토양으로 끌로 팡틴의 와인들은 퀄리티 높은 미네랄리티가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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