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하게 월요일 하루가 통으로 비워졌다. 원래대로라면 오전에는 합창단 연습이, 오후에는 글쓰기 수업이 있었을 테다. 일반 사무직과 다르게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이라 월요일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편이다. 합창단 연습은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12시 30분에 끝나고, 글쓰기 수업은 온라인에서 오후 1시부터 시작한다. 합창단 연습 장소에서 집까지는 약 25분이 걸린다. 연습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온다. 글쓰기 수업은 4시까지로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때때로 5시까지 이어질 때도 있다. 노래하고 나면 배가 유난히도 고픈데, 점심을 잘 챙겨 먹기도 쉽지 않다. 덕분에 월요일은 출근은 하지 않지만, 일주일 중에서 가장 바쁘고 진이 빠지는 하루이다.
이런 월요일에 통으로 비워졌으니, 이 귀중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아침에 눈을 뜨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꿈에서는 짝꿍을 찾아 헤맸다. 꿈에서는 짝꿍의 안경만 보였고, 그마저도 내가 실수로 뭉개버릴 뻔했다. 짝꿍을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짝꿍은 보이지 않아 계속해서 헤맸다. 꿈에서는 왠지 모르게 자꾸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고꾸라져서 무력했다. 잠을 자다가도 기침을 하면서 깨고, 아침에 눈을 뜰 때에도 기침하며 일어났다. 꿈자리도 잠자리도 편치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병원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병원을 가려고 준비하는데 기분이 울적했다. 짝꿍이 하는 말 한마디에도 괜히 눈물이 났다.
우선 우울증 약을 챙겨 먹었다. 짝꿍과 함께 집을 나서서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짝꿍의 일터가 멀지 않아서 점심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섣불리 돌아다녔다가는 안 될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어디 나가지 않고 집에서 안전하게 운신해야 한다. 짝꿍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에서 간단하게 밥을 챙겨 먹었다. 다행히도 지난 주말 한 솥 가득 끓여 냉장고에 소분해놓은 찜닭이 남아있었다. 간신히 밥을 챙겨 먹고 소파에 누워 맥락 없이 핸드폰을 넘겼다. 그러다가 머리가 지끈거려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또 눈물이 났다. 혼자서 엉엉 울었다.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울음을 그치고 나서는 우울증 약을 한 번 더 먹었다. 이렇게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일시적으로 증량해도 괜찮다고 의사 선생님에게 확인받은 터였다. 왜 기분이 좋지 않은 줄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주말에 무리한 일이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스트레스받은 일들도 떠올랐다. 그럴 만했다고 자신의 감정을 긍정했다. 그러고는 이내 그런 일들이 없었더라도 지금 우울한 감정 그대로도 괜찮다고 스스로 긍정했다. 그렇게 누워서 훌쩍이다 보니, 약의 효과인지 어젯밤 미처 다 쓰지 못하고 잠든 글이 떠올랐다. 큰맘 먹고 지른 기계식 키보드를 도독도독거리며 글을 마저 쓰다 보니 기분이 조금은 괜찮아졌다.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할 때 찾아오는 위기는 당황스럽다. 그렇게 갑작스레 찾아오는 위기도 몇 번 겪다 보니 조금씩 더 잘 대처하는 기분이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자책하며 끌고 가려는 고집을 내려놓는다. 그런 고집은 내 상태를 악화할 뿐이다. 무작정 괜찮다고 우기는 게 아니라, 나는 지금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인정한다. 병원을 찾아갈 때도 딱 이런 마음이었다.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니,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그런 마음.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1년이 조금 넘었다. 이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우울한 감정에 나를 내맡긴다. 우울한 감정을 온전히 느껴야 오히려 위기의 순간이 더욱 빠르게 지나간다는 점을 이제는 체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