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는 오랜만에 학교 합창단 동아리실에 다녀왔다.
합창단 후배가 합창곡을 작곡했는데, 한 번 불러봐 줄 수 있냐고 했다.
저녁을 대접할 테니 불러보고 의견도 달라고 했다.
많아야 4-5이 모일 줄 알았는데,
이래저래 소문이 퍼지면서 열 명이 조금 넘는 인원이 모였다.
후배는 먹고 싶은 것들을 묻더니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시켰다.
각자 내는 줄 알았던 누군가는 연어가 먹고 싶다고도 했다.
후배는 괜찮다고 했지만, 어림잡아 계산해도 괜찮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배에게 약간의 금액을 보냈다.
사실 조금 고민되었다.
마침 동아리실에 가는 길에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보았는데,
이번 달에 목표한 저축액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도 선배들에게 많이 얻어먹었으면서
연습에 간식도 사들고 간 적이 없으니
이번기회에 조금 보태는 것으로 마음의 부담을 덜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고민해서 송금한 다음 날,
생각지도 않던 강연료가 들어왔다.
사실 강연료 같은 건 경우에 따라 늦게 들어오기도 하고,
특이 이곳은 강연하기 전에 소통이 원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재빠르게 입금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내 저축 목표액과 후배를 향한 내리사랑을 고민한 다음 달이었으니
시기가 너무나 절묘했다.
만약 내 저축액을 더 우선시했더라면
강연료가 들어오고 나서 묘한 죄책감에 시달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음을 착하게 쓰니 보답받은 기분도 들고
기분이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