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되기로 마음먹고 하루를 세팅하기까지
* <사실 뒷걸음질 치다 시작했어요 > 편을 읽고 오시는 것이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정확히는 2016년 10월 30일.
뒷 걸음질 치던 취준생은 승무원 준비를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승무원을 오랫동안 동경했다거나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고 싶었다거나 하는 허울 좋은 이유 따윈 없었다. 그저 사회의 쓴 맛을 본 취준생의 레이더 망에 걸린 ‘팀제가 아닌 직업’ 중 하나였을 뿐.
그렇다면 왜 굳이 승무원이었는가.
나의 바람과 부모님의 기대라는 현실적 욕망의 교집합에서 도출된 결괏값이었달까.
이미 머리가 커버린 딸은 부모님이 본인에게 내심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다. 본인 또한 매 비행마다 팀원이 교체되는 직종 특성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수용 가능한 일을 하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다?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 아닌가.
다만, 준비를 제대로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었다. 바로 준비 기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내년 상반기 공채까지만 도전하자고 생각했다. 이는 냉정한 현실 파악의 결과이자 물렁한 생각으로 덤비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10월 31일.
전현차(승무원 준비생 카페)에 가입하여 항공사 공채 정보를 긁어모았다. 팀제로 운영되는 항공사를 제외한 모든 항공사의 승무원 자격 조건을 정리해보았다.
11월 1일.
본격적으로 항공사 파악에 돌입했다. 항공사별 인재상, 사회활동, 주요 연혁, 수상 내용, 특별 서비스를 조사, 정리했다. 까만 A4 용지가 벽 한 면을 가득 채웠다.
11월 2일.
대부분 항공사의 체력 검정 항목에 수영 테스트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 공포증을 불사하고 그 길로 바로 새벽 수영을 끊었다.
자기소개서의 갈피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인생 연표를 그리기 시작했다.
11월 3일.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하기에는 정보도, 요령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지. 고민하던 중 먼지 쌓인 기억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바로 고등학교 시절, 헛 바람 잔뜩 들어 등록했었던 승무원 학원. 상담 선생님은 값 비싼 학원비에 망설이던 나를 보시곤 “승무원이 될 때까지 책임지는 가격이에요.”라고 말씀하셨더랬지. 다닌 지 얼마 안 되어 흐지부지되긴 했지만. 학원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았다. 아직 그대로였다. 상담을 신청하며 생각했다. 나를 책임져달라고 해야지.
11월 4일.
학원에 도착했다. 5년 만이었다. 상담 선생님의 장난스러운 얼굴이 낯익었다. 일단 학원 커리큘럼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것을 잠자코 들었다. 말미에 궁금한 것이 있냐고 물으시기에 내가 누군지 모르시겠냐고 되물었다. 얼굴을 마주 보며 (아마 서로 다른 의미로) 웃었다. 준비했던 말을 전했다.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되었다.
그 날 이후로 이어진 내 삶의 루틴은 항상 똑같다.
새벽 6시 반 눈을 떠 8시까지 수영을 배우고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는다. 월, 수, 목에는 학원에 갈 채비를 하여 집을 나선다. 정규 수업에 참여하고 학원생들과의 면접 스터디로 하루를 마친다. 나머지 요일에는 집에서 하이힐, 호흡, 미소, 자세, 답변 연습을 한다. 토요일에는 중국어 수업을 듣고 일요일에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 대략적으로는 이렇다.
승무원이 되는 그날까지 나의 오늘은 어제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마치 수능 공부를 하는 수험생처럼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쌓아갔다.
결과 미정의 노력. 물론 쉽지 않았으나, 부질없다는 생각이 내 인생에 잠시라도 머물지 못하도록 당장 내일만을 생각하며 미친 듯이 달렸다. 열심히 살아낸 오늘이 반짝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