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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걷는 여자 Jun 01. 2019

초콜릿 상자

알 수 없는 맛으로 가득한 초콜릿 상자, 매 비행이 내겐 그랬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힘들었다

초콜릿 상자에서 매일같이 코딱지 맛, 눈곱 맛을 뽑아내는 기분이란. 그 좋아 못 견디던 초콜릿 상자가 오히려 치를 떨 대상이 될지 누가 알았을까.
‘예측 불가능’에 대한 두려움이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내게 남겨져 나를 바닥으로, 바닥으로 끌어내릴 때 즈음-
정말 오랜만에
너무나 달콤한 초콜릿 하나를 집어냈다



당신 덕에 항편 내내 정말 즐거웠어요.
신경 써줘서 너무 고마워요



궂은 날씨로 인한 딜레이 때문에 컴플레인 걱정으로 시작되었던 항편.
그 끝자락에 남은 것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승객들의 환한 미소였다

-

얼마 전 본 글이 떠올랐다.
신은 어떤 방식으로든 당신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신다’고 한다.
다만,

깨우침이 필요한 무언가를 그대들의 삶에 똑같이 전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깨닫는가는 결국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런고로,

오늘 뽑은 초콜릿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단순히 ‘순탄했던 비행’이 아니라 두려움에 갇힌 채로 흘러가는 시간에 끌려다니지 말고 좀 더 행복해보라는 신의 다독임이 아니었을까.

.

.

.
 내가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더 오래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왈가왈부는

늘 적당히 하는 게 옳았으니까 ‘마지막’에 대한 모든 것은 물음표로 남겨둔다 치고.


 지금의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오늘 맛 본 달콤한 초콜릿 덕에 적어도 다음 비행에서는 오늘보다 더 행복하게 나의 승객들을 맞이할 자신이 있다는 것 :)

힘내서 여기까지 왔으니
돌아갈 그 날에도 마저 힘내자, 아자!



-신입 병아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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