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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걷는 여자 Oct 20. 2019

오늘의 밤하늘

 비행 전날이다.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소를 찾았다. 이미 농익은 가을이 하늘을 어둑어둑 물들여놓은 8시. 마지막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소에는 나 말고도 한 가족이 서있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일곱 살께로 보이는 여자아이 하나. 밤 비행기를 타고 가족 여행을 가나보다, 생각하며 핸드폰 화면으로 눈을 옮겼다.


 버스가 도착했다. 카드를 찍고 좌석에 앉아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하릴없이 스크롤을 휙휙 내리는데 아까 정류장에 서 있던 아저씨가 뒤이어 버스에 탑승했다. 정류소와 가까운 창가 좌석에 앉은 아저씨는 창밖을 바라보며 손을 휘휘 내저으며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듯했다.


“아빠! 조심히 다녀와! 알았지? 조심히, 조심히 다녀와! 아빠! 빨리 돌아와야 해! 아빠! 알았어? 아빠! 아프지 마세요! 응? 오늘 하늘이 예뻐, 아빠!”


 열린 버스 문으로 아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따라 올랐다. 행여 아빠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까 하고 싶은 말들을 고래고래 내지르던 아이는 이쯤이면 됐겠다 싶었는지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주 예쁜 멜로디였는데 다소 생경한 게, 아무래도 새로 나온 노래인가 싶었다. 아빠는 다른 손님(나)이 있기에 큰 소리로 대답을 해주진 못했지만 대신 머리 위로 크게 오케이 사인을 그렸다. 아이의 노랫소리가 계속됐다.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 문이 닫히고 아이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핸드폰은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크게 꺾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이의 말대로 예쁜 밤하늘이었다. 이렇게 예쁜 하늘이 언제나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줄 누군가가 곁에 있으니 아이의 부모는 분명 행복할 것이다.


 핸드폰을 들었다.

아버지에게 예쁜 오늘의 밤하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instagram haley_p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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