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맞바꾼 용기를 다시금-
오랜 시간 꼭 쥐었던 주먹을 폈다.
그제야, 놓칠세라 손에 쥐가 나도록 꼭 쥐고 있던 것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안정이었다.
손을 펴고 나면 바스러진 용기가 우스스 바닥으로 흩어질 줄 알았건만 쥐어져 있던 것은 오히려 용기가 아니라 나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애당초, 늦은 시간이란 건 없었다.
그저 악착같이 몸을 던져볼 용기가, 의지가, 행동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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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안에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었다.
혹여나 아쉬워지는 순간이 오진 않을까, 잠시 생각했다.
음-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거다.
내일의 나는 찰나의 아쉬움마저 이겨낼 찬란한 순간들을 더 많이 그러모을 수 있으리라.
아주 오랜만에 양 손바닥으로 차디찬 바닥을 짚곤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