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혹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미 당신 나름대로의 답을 가지고 있는가?
답이 없어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면 섣부르게 정의 내리기에 앞서 먼저 삶을 살아본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까.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르네 데카르트.
책은 인생의 험준한 바다를 항해하는데 도움이 되게 남들이 마련해 준 나침반이요, 망원경이고 육분의고 도표이다. -제시 리 베넷.
독서란 여행 가방과 씨름하지 않고 하는 여행이다. -에밀리오 살가리
선인들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책의 의미에 대한 통찰은 시대를 거쳐 계속되어 왔다.
어떤가. 당신의 생각에도 가닥이 좀 잡히는가?
이처럼 저마다의 삶에 있어 책이 갖는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나 또한 그 의미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생각을 시원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한 마디를 발견했으니 이는 광고 크리에이터 박웅현 작가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책은 도끼다.
본 저서명의 기원은 실존주의 문학 선구자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가 프란츠 카프카이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책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그의 의견이 다소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사실 필자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다. 꽁꽁 언 사유의 바다를 깨뜨리는 것, 그것이 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자 독자가 책을 바라보아야 할 자세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의 목적은 비단 지식 축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와 형식을 바탕으로 하는 이 창조물들은 (선택적으로) 독자들에게 무한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를 고려해봤을 때 '책은 말없는 스승'이라는 옛 말을 이해할 법도 하다. 가령 우리는 에세이집을 통해 들여다본 타인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공감받기도 하고,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을 집요하게 쫓아가는 과정 속에서 생면한 감정을 배워나가기도 한다.
본인의 사유에 어떠한 벽이 세워져 있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는 도서가 다를 순 있으나, 변화의 균열이 만들어지는 그 모든 순간이 사유의 도끼가 된다.
그렇기에 책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책임감을 안겨준다.
작가는 글 속에 사색의 씨앗을 심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책은 쉽게 쓰여서는 안 된다, 아니 쉽게 쓰일 수 없으리라. 뚜렷한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긴 호흡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과정이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창작이 이토록 쉽지 않은 만큼, 심혈을 기울인 창조물 앞에 고슴도치 엄마가 되기 십상이겠지만 작가는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며 책이 완성되기까지 충분한 숙고와 퇴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독자들 역시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야 한다. 작가가 열정을 다해 도끼질을 할지언정 독자의 충분한 사색이 없다면 이는 솜방망이질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기록이다. 독자는 사고의 파동이 일어나는 순간을 집요하게 붙잡고 기록해야 한다.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다면 더 좋다. 스스로 다시 한번 곱씹고 새긴 기억은 보다 더 오래 향유된다.
충분한 사유가 결여된 형식적인 독서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은 허상 된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에게 책은 도끼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도끼질을 한다.
편협한 사유의 바다 위 낯선 세계와의 조우를 기대하며.
Glow 다섯 번째 주제 -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