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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함 Mar 02. 2020

일기에는 제목을 붙이지 않아

3월 2일 월요일 일기


몇 년째 제목이 없는 글을 쓰고 있다.


완성되지 못한 글은 책장과 노트북 파일에 쌓여만 있다. 수백만 자에 달하는 글자를 적어 놓고도 나는 그 글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세상에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해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의 종류를 일기로 분류한다.


일기는 내 멋대로 써도 되는 유일한 것이다. 오로지 나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운이 나쁘면 세상에 공개될 수 있지만,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통인 국민 중 한 명이므로, 내가 쓴 일기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게 분명하다. 더군다나 나는 내 일기가 관심을 받길 원하지 않는다.


제목이 없을 때에야 더 자유로워지고 머릿속에 든 생각을 어려움 없이 꺼내 볼 수 있다. 살면서 그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두 알고 있겠지만, 숨기고 싶어 하면서도 공개하고 싶은 마음은 공존한다. 그 마음을 접을 수 없어서 ‘일기에는 제목이 필요하지 않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미와 나, 오피아 두 명으로 이뤄진 팀 스토리디어Storidea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일주일에 두 번, 다양한 주제로 작성한 일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사실 일기와 연재는 어울리는 맥락이 아니다. 일기는 쓰고 싶을 때 쓰는 글이다. 어울리지 않는 것을 붙여놓은 이유는 우리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어떤 형태의 글이든 한 줄이라도 쓰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읽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앞으로 쓰게 될 글을 사람들이 읽을 기회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이에 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눠왔고, 그러한 나비효과를 유도하는 것을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로 삼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우리조차 모른다. 다만 이 글을 여러분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읽든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ditor by 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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