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함 Mar 16. 2020

부모님은 결코 제 앞에서

3월 16일 월요일 일기


코로나 19의 여파가 크다. ‘2주간 멈춤’에 동참하면서 우리 집안 분위기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정되기는커녕 싸움의 진원지가 되었으니까. 가족 모두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딪힘이 많아져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특히 엄마와 아빠가 그렇다.

엄마와 아빠는 부부싸움을 나와 동생 앞에서 빈번히 해 왔다. 주로 사소한 것들이 큰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설거지 하지 않고 개수대에 넣어두기만 한 그릇, 깔끔하지 못한 걸레질, 끊지 못하는 담배 등.

손으로 세기 힘들 정도지만, 주로 아빠가 엄마에게 욕을 먹었다. 아빠는 노력을 하긴 했다. 엄마가 외출한 사이 개수대에 설거지거리가 많으면 해두고, 변기가 막히면 먼저 나서서 뚫었다. 집에 생필품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장을 봐오기도 했다. 문제는 그 빈도수가 적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게 아빠의 탓만은 아니다. 아빠가 해 놓은 집안일에 대해 엄마는 칭찬이 아닌 핀잔을 했다. 설거지한 그릇은 그림 모양이 일렬로 맞춰져 있지 않다고 욕을 했으며, 빨래는 옷이 틀어지게 걸어 두었다고 또 욕을 했다. 엄마의 짜증을 아빠가 참지 못하고 화를 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부부싸움이 시작되는 식이었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서도 그랬으니.



이 사진은 엄마와 아빠가 다툼을 하고, 사진을 남겨야 하니 빨리 포즈를 취하라는 내 요청에 마지못해 찍은 사진이다.

그렇다고 엄마와 아빠가 모든 일에 싸움을 하는 건 아니다. 큰 일이 일어날 때면, 엄마와 아빠는 한 몸이 되어 일을 해결했다. 어릴 때부터 그 간극을 보며 아리송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고,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온 가족이 들어앉게 되면서 부부싸움이 극대화된 지금은 황당하다 못해 화가 난다. 어제는 엄마의 카드를 훔쳐 아무 물건이나 미친 듯이 사서 가족 생활비에 구멍을 내고 싶을 정도였다. 가계에 위기가 오면 엄마와 아빠가 합심하게 될 테니.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그 아래에 있는 자식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다. 이따금 방송에서 “부모님은 결코 제 앞에서 싸움을 하지 않으셨다”고 말하는 연예인에게 동료 연예인들이 부럽다는 듯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내가 그렇게 컸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Editor by 오피아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을 두 가지 색으로 분류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