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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11. 2024

사람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나는 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이다. 동료 직원은 요양보호사 아니면 사회복지사인데 요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난 20대인 다른 사복보다 연령대가 있으신 요보 선생님들과 친하다. 회사 동료와 친하다는 의미는 근무시간에 직접적인 일과 관련된 소통 외에도 정서적인 소통도 한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늘 점심 때는 남자 요보 선생님 한분과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동생이 이런저런 일을 하는데, 동생 회사에서 일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나는 좋다고 말했다. 요보 선생님은 나에게 나중에 동생이랑 다시 일하면 좋겠다 하셨다. 사회복지사가 젊은 사람이 하기에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남은 내가 아니니 내 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설명할 필요도 설득할 필요도 없다. 웃으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되는 일이다.

교회에서는 한 해가 지나가고 한 해가 시작되는 그러니까 보신각 타종행사하는 밤시간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린다. 교회마다 조금씩 다른데 예를 들어 12월 31일 11시 30분에 시작해 1월 1일 0시 30분에 끝나는 식이다. 우리 교회도 예전에는 그렇게 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31일 9시에 시작하여 11시 전에 끝낸다. 예전처럼 송구영신의 의미 있는 이벤트는 사전에 하고 예배드리고 담임목사님이 한 사람씩 축복기도 해주시고 끝난다. 나의 대한 담임목사님의 축복기도는 조울증 약을 끊게 해 달라는 것이다. 본인과 직계가족이 조울증에 걸려보지 않은 분들은 할 수 있는 말이다. 절대로 약을 끊으면 안 되는 질환이 있는데 조울증이 그렇다. 약을 끊고 괜찮은 조울증의 완치는 없다. 약을 꾸준히 먹으며 조절하며 별일 없이 사는 것이 조울증의 극복이다. 예전에는 이런 축복을 받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설명할 필요도 설득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덕담이겠거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어서 그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사는 것은 그 사람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가능한 남이사 상관을 안 하자는 주의지만, 나 또한 어줍지 않은 오지랖을 부릴 때가 있다. 유퀴즈에서 유재석이 초등학생에게 잔소리와 조어ㆍ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잔소리는 기분 나쁜데 조언은 더 기분 나쁘다고 대답했다. 명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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