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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16. 2024

작가를 꿈꾸는 사회복지사

나의 꿈은 작가이다. 2020년 10월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도전 10개월 만에 브런치작가가 되어 이글 전까지 768개의 글을 발행했고, 글을 쓰니까 작가이다. 올해의 글쓰기 목표는 브런치에 1일 1글이고, 올해의 글쓰기 소망은 책을 출간하여 출간작가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꿈이 작가라는 것은, 글 쓰니까 작가인 것도, 출간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강연 다니며, 먹고사는 직업으로서의 전업작가를 꿈꾼다.


지금의 내가 꾸는 작가의 꿈이 시작된 것은 2015년이다. 시집이나 소설집 몇 권을 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꿈꾸는 작가는 에세이스트이다. 시인 소설가로서 에세이도 쓰는 것이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시나 소설에도 문은 열어 놓는다. 2015년에 지금 작가의 꿈이 시작되었을 때에 글 쓰는 플랫폼은 티스토리였지만 실제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작가의 꿈을 위하여 글쓰기 시작한 것은 2019년 가을부터였다. 브런치작가가 된 2020년 10월부터는 브런치에 글을 써 왔다.


직업으로서 작가의 꿈을 처음 꾼 것은 그보다 아주 오래전이었다. 2008년 봄학기에 국어국문학과 시 소설 문학 수업을 들었었다. 그때는 시와 소설 순수문학을 꿈꾸는 문학청년이었다. 시 소설 개뿔도 모르면서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꾸었었다. 이때를 지금 작가의 꿈의 시작으로 보지 않는 것은, 그때 꾸었던 작가의 꿈은 완전히 소멸되었었기 때문이다.



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한데, 아마도 2000년 가을이었을 것이다.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려 의가사 전역을 했을 때인데 시 《나의 마음에 어느 고을엔》를 썼다. 그 시를 고치고 고쳐 지금 버전에 이르기까지는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흐른 후였다.


나의 글쓰기 인생은 그보다 더 이전으로 올라간다. 학창 시절 일기는 자발적인 글쓰기가 아니니 제외하고. 고2 때부터 시작된 짝사랑으로 끝난 첫사랑 소녀에게 쓴 보내지 못한 편지가 내 글쓰기의 시초였다. 보낸 편지도 있지만 의식 대비 무의식처럼 보내지 못한 편지가 훨씬 더 많았다. 생일 때 주려고 1년간 작은 노트에 매일 편지를 썼다. 장르는 시 소설 에세이 다양했다. 좋은 글을 옮겨 적은 것이 아니라 어설펐지만 창작물이었다.


2023년 6월 퇴사를 했다. 준비된 퇴사가 아니라 이러다 조울증이 재발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퇴근 후 집으로 가는 대신 부산 해운대에 갔고 그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 퇴사하고 그토록 원하는 작가의 삶을 시작하려 했는데 글을 쓰기는커녕 그냥 놀았고, 6개월이 지나 퇴직금은 떨어졌고, 2017년에 취득해 책상에 넣어 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지금 작가를 꿈꾸는 사회복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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