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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20. 2024

축구는 비겼고 생강은 다 깠고 오늘의 글을 썼다

이제 아들 요한이 재우러 간다

오늘은 출근하는 토요일이다. 이번주는 화요일에 쉬었다. 아직까지는 일이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은데, 쉬는 평일 아내랑 아들이랑 좋은 곳에 길 안 막히고 입장료 적게 내고 갈 수 있기도 하고, 일하는 토요일과 공휴일엔 쉬는 날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게 지루하기도 하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다. 내가 맡은 일에 충실하려 하지만, 그렇다고 사명감과 보람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사가 처음이라 최저임금이기는 하지만, 오직 돈 벌려는 목적으로 일한다. 나는 일머리가 있어서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모든 것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두루두루 잘하는 스타일이다.


어떤 직무는 다른 직장 구성원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내가 맡은 직무에서 내가 회사에서 쓸모 있는 존재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회사에서 기존 직원이 다른 인력으로 대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든 자리가 누군가 떠나면 누군가 채울 수 있지만, 사람이 와야 뽑고 남아 있어야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버티면 계속 갈 수 있는 직장이 의외로 많다.


오늘은 새 일을 배워했다.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은 아니고 행정 일이었다. 시스템에 데이터를 올리는 일이었다. 평소 안 하던 익숙하지 않은 일을 했지만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


오늘도 글이 오는 날은 아니었다. 글이 안 오는 날이었다. 글이 오는 날은 퇴근길 버스에서 글 하나를 다 쓰고 집에 들어간다. 집에 오니 근처에 사는 아내 에미마의 네팔인 친구 화서시장이 와 있었다. 화서시장 근처에 살아 나와 아내는 우리끼리 말할 때 화서시장이라 부른다. 저녁을 먹고 아내는 화서시장과 화서시장에 장 보러 가고 나는 아들 요한이랑 있었다. 아들 요한이가 TV로 뽀로로를 보고 있는데 8시 30분이 되었고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축구 중계를 하는 tvN으로 채널을 돌렸다. 나는 그런 아빠다. 대신 아들 요한이에게 내 스마트폰을 쥐어 주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요한이에게 평소 TV를 많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요한이가 아프거나, 식당이나 카페에서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할 때, 우리 부부가 할 일이 있어 혼자 놀아야 할 때 보여준다.


하프타임에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는 시장에서 사 온 재료로 반찬을 만든다. 스마트폰으로 뽀로로 친구 에디를 보는 요한이 옆에서 나는 축구 후반전을 보며 아내가 사 온 생강 껍질을 깠다. 나름 아들과 아내에 함께하는 시간이었. 내가 과도를 가져다 생강 껍질을 까며 축구를 보니 아내의 기분이 좋다.


축구는 비겼고 생강은 깠다. 아들에게 TV로 뽀로로 친구 에디를 불러주고 나는 조용한 곳으로 가 올해 목표일 브런치에 1일 1글을 다. 오늘이 지나기 전 오늘의 글을 다. 이제 나는 토요일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는 아들 요한이를 재우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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