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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11. 2020

예상치 못했던 결과

인생은 때론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점심을 먹고 아내와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가는데 전화가 왔다. 교회 크리스마스 인쇄를 맡긴 우리 동네 ㅍㄱㄹ 인쇄소 번호였다.


"여기 인쇄소인데요. 인쇄물 나왔으니 가져가세요."


어제 맡긴 인쇄물이 나왔으니 가져가라는 전화였다. 전화를 끊은 지 얼마 안 되어서 다시 전화가 왔다. 가져가라는 한 통화면 필요한 전화가 한 번 더오니 불길했다.


"그때 사이즈가 150에 105라고 하셨지요? 이게 전체 사이즈지요?"


인쇄소에 맡기러 갔을 때 사이즈가 얼마냐고 물으셨다. 나는 PDF 파일로 가져갔고, 그 사이즈대로 찍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사이즈를 기억하지 못하고 갔다. "150*105일걸요."라고 대답을 했다. 하여튼 찾으러 간다고 전화를 마친 후에, 노트북의 파일을 꺼내서 사이즈를 확인해 보았다. 148*210이었다. 나는 세로 사이즈를 접혀진 사이즈로 이야기했는데, 인쇄소에서 전체 사이즈로 알아들었던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사이즈로 찍었다는 것이지?" 사이즈도 사이즈지만, 비율도 또 문제였다.

전체 크기가 148*210인 것을, 내가 150*105라고 어림 잡아 이야기했었던 것이다. 148을 150로 이야기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는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인쇄소에서 말했던 105는 카드의 절반의 사이즈였고 전체 크기가 아니었는데, 인쇄소에서 나에게 제작된 카드를 받으러 오라면서 내가 말했던 150에 105가 전체 크기냐고 물어본 게 불길했다.


인쇄소에 가서 보니 나와 인쇄소 직원의 의사소통의 잘못으로 105에 150으로 찍어 놓은 것이다. 나쁜 소식은 사이즈가 절반이 된 것이고, 좋은 소식은 비율은 똑같다는 것이다. 접어보니 귀엽기는 했는데, 너무 작았다. 또 접지선 넣어 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접지선을 넣지 않아서, 접으면 우글거렸다.


봉투를 이미 주문해서 처음에는 내 실수로 그런 것이니 봉투는 내 돈으로 내고 내가 쓰면 되지 생각했다. 그렇게 담당 권사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내년에 두고 쓰면 되니까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절반의 크기에 맞추어 다이소에서 봉투를 사야 하나 고민을 했다.


집에 가서 어머니께 보여 드렸더니, 처음에는 너무 작다고 내 돈으로라도 다시 찍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다시 한번 보시더니, 접지 않은 크기가 원래의 접은 크기니까 그렇게 엽서처럼 쓰는 것도 좋겠다고 하셨다. 2단 접지를 넣지 않은 두꺼운 용지를 접으면 오돌토돌해진까 말이다.


2단 접지선을 넣어 달라고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돈이 더 들어가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지 않았다. 다음번부터 2단 접지나 3단 접지가 들어가는 인쇄물을 만들 때는, 반드시 접지선을 넣어 달라고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학원에서 배우기는 했는데, 배우는 것과 실전은 또 틀렸다.


어쨌든 내 잘못인데, 인쇄소 직원도 전문가로서 나에게 한 번 더 확인했어야 했다. 그 사이즈로 하면 원본에서 1/2로 줄어드는 데다가, 사이즈를 묻는 직원에 질문에 "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150에 105쯤 하는데요." 하고 내가 대답을 했으면 파일을 보고 나에게 확인 전화를 줬어야 했다. 내가 전체 길이 210을 절반의 길이 105로 착각을 하고 말했으면, 150에 105라는 가로 세로 비율의 이상함을 느끼고 나에게 확인을 했어야 했다. 150에 210을 카드 절반의 크기를 잘못 알고 150에 105라고 말했더니, 105에 150으로 찍어 놓았다. 직원이 아마도 인쇄소 주인 아내인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이야기한 것이지만, 비율이 이상할 때는 전문가로서 인쇄를 하기 전에 나에게 한 번 즈음 확인 전화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직접 디자인을 해서 PDF로 파일을 넘겼으면, "이 사이즈로 찍어 드리면 될까요?"라고 묻는 게 일반적이지, "어떤 사이즈로 찍어 드릴까요?"라고 묻는 게 적절한 반응은 아니다. 인쇄소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직접 디자인해서 왔다는 것은, 사이즈까지 맞추어서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쇄물의 사이즈에 대해서 굳이 기억해 두지 않았다. 간판이나 플래카드나 대형 인쇄물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작업들은 같은 비율로 작게 제작해서 어떤 사이즈로 찍어 달라고 직접 이야기한다.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내가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 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형 인쇄물 같은 경우에는 내가 다 편집해서 인쇄소에 인쇄 작업만 PDF로 넘겼으면 "이 사이즈로 찍어 드릴까요?"라는 질문이 적합하지, "어떤 사이즈로 찍어 드릴까요"가 적절하지는 않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물론 이번 일은 내 잘못이다. 잘 기억하고 있지 못하였다면, 집에 가서 확인하고 전화드릴게요 했어야 했다. 150에 105라고 했을 때는, 가로 150에 세로 105라는 의미일 텐데, 그 사이즈의 의문을 가지지 않고, 105에 150으로 찍은 인쇄소에 대해서도 섭섭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인쇄물을 많이 다루는 인쇄소가 아니라, 간판 플래카드 광고물 등등을 주로 다루는 동네 인쇄소라서 그런 것 같다. 업체 이름도 'ㅍㄱㄹ 인쇄소'가 아니라 'ㅍㄱㄹ 기획'이다. 인터넷에 등록된 업체의 다루는 카테고리도 '간판, 광고물 제조''이고 말이다. 카드나 엽서도 제작하지만, 이런 걸 주로 하는 업체가 아니다 보니까 나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인쇄소 사장님이 우리 아버지와도 두터운 친분이 있으시고, 내 결혼식 때도 오셨던 분이라는데, 사장님이 계실 때 사장님에게 맡겼어야 했는데, 아마도 아내 되시는 분인듯한 여성분 계실 때 가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서,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와서 아쉬움은 있다. 그렇지만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봉사로 하는 일이고,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운다.


그래서 결론은, 반 접지 않고 그냥 엽서처럼 쓰기로 했다. 절반의 크기로 출력된 결과물을 카드처럼 반 접지 않고 엽서처럼 쓰면 원래 계획했던 크기와 같은 크기이다. 처음에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이, 접지 않고 엽서 크기의 콘셉트이었는데, 교회 어르신들이 청첩장처럼 반 접게 해달라고 하셔서, 콘셉트가 바뀐 것이기는 했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엽서 형식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되었다.



결과는 이렇게 나왔다. 원래 카드 형식으로 위아래 반 접는 것으로 기획해서, 위의 일러스트가 뒤집혀 있는 게 거슬리기는 하는데, 어머니는 요즘에 이런 콘셉트도 있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교인들이 좋아하시면 그대로 쓰는 것이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사비를 털어서 다시 찍어야지만 말이다. 8시에 드리는 줌 온라인 성경 읽기 모임에서 논의해 보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몇 분들의 여론으로는 이것도 괜찮다는 것 같다.


인쇄물의 색깔은 컴퓨터 작업 상의 색깔과 다를 수도 있다는데, 실제로 결과물을 찍었더니 많이 달랐다. 원래 오리지널 버전을 안 보신 분들은 괜찮은데, 원판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색깔이 왜 이래 그런 반응도 있었다. 특히 앞면의 붉은 바탕의 색깔이 작업물 상의 버전보다 인쇄 상의 결과가 검은 느낌의 붉은색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내가 그렇게 바꿨나 했는데 인쇄 상에서 그런 것 같다. 그것은 나의 잘못도 인쇄소의 잘못도 아니고, 원래 그런 것이다. 인쇄소와 기계와 인쇄소에서 쓰는 잉크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내가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계획 해던 처음의 플랜과 다른 결과가 꼭 나쁘지는 않다. 더 나을 때도 있고, 아쉬움이 있어도 그냥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내 사비로 200장을 다시 찍을 수도 있겠지만, 3만 5천 원을 공중에 날릴 필요도 없고 말이다. 물론 교인 분들께 보여 드리고,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더 많으면 내 사비로 다시 찍을 것이다.


시행착오 없이 원했던 결과를 얻는 완벽한 인생이었으면 좋겠지만, 사수 없이 디자이너로서 혼자 한 첫 작업으로서 계획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지만 많이 배웠다. 내가 계획했던 사이즈대로 PDF로 만들어 인쇄소에 보내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인쇄 사이즈를 꼭 기억해서 인쇄소와 의사소통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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