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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13. 2020

동생 일을 도와주러 방배동에

집에서 아내 에미마와 점심식사를 하고, 아내는 집에서 쉬게 두고 나 혼자 서울의 방배동에 동생 사업장에 갔다. 동생은 현재 서울에 5개 점포의 실용음악연습실 사업을 하고 있다. 원래 두 군데 더 했었는데, 내방역의 1호점은 인테리어도 올드하고 손님도 줄고 해서 연습실을 하고 싶은 다른 사업자에게 권리금을 받고 악기와 에어컨 등등 싹 다 넘겼다. 방배역 근처에 두 개의 점포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의 점포에서 사장하고 싸워 가지고 재판하고 나오게 되었다. 잘은 모르지만 점포 한 군데 두 군데 확장할 때마다, 수입이 늘은 것 같지는 않았다. 3개를 하나, 5개를 하나, 7개를 하나, 사업이란 게 더 많은 점포를 한다고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업을 하다 보면 매장을 늘릴 욕심이 아니라, 거기다 매장을 내지 않으면 동종의 다른 매장이 들어와 기존 매장의 손님이 빼앗겨 방어 차원에서 사업을 넓히기도 하는 것 같다. 한때 7개의 실용음악연습실은 운영하다가, 지금은 2개 정리하고 5개의 연습실을 하고 있는, 동생 사업장에 오늘은 일을 도와주러 갔다.


원래 동생 전공은 실용음악 기타 전공인데, 동생은 주로 음악보다는 음악과 관련된 사업을 했다. 동생은 방배역에 있는 백석예술대학교가 학점인증제 평생교육 기관일 때 그곳 실용음악과에서 기타를 전공했다. 대학원까지 가서 작곡과 미디도 공부했다. 논문을 쓰거나 영어시험을 보지 않아서 수료로 마무리 지었지만 말이다. 동생이 서울에서 기타를 공부할 때, 어느 실용음악연습실에 들어가 살면서 연습을 했는데, 실용음악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연습실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연습실을 하면서도, 레슨도 하고, 밴드도 하고, 뮤지컬 세션도 하고, 드라마 레코딩도 하고 그랬지만, 주로 하는 것은 연습실 비즈니스였다. 연습실 사업 때문에 음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직원을 주면 인건비가 들어가니까, 또 인건비를 들여도 사업에 대해 동생만큼 이해를 못하니까, 동생 혼자 했다. 우리 부부와 부모님이 종종 가서 청소를 해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동생이 주로 하는 일은 주로, 전화로 예약받는 일과, 손님들이 부적절하게 룸을 사용하지 않는지 CCTV로 감독하는 일이다. 수시로 전화가 들어오니, 가끔 들어오던 음악 일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음악연습실을 하면서, 앱 개발 일에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여러 연습실을 자동으로 예약하는 앱을 돈 주고 의뢰하고 맡겼는데, 이 사람이 한 일 년 하더니 완성 못하겠다고 돈 먹고 튀어 가지고, 동생이 스스로 만들어 보겠다고 6개월 동안 앱 개발 학원에 다녔다. 학원에 다녀보니 본인이 스스로는 못하고, 개발자를 하나 직원으로 사 가지고 예약 앱을 만들어서, 본인도 사용하고 다른 개인과 기업에게도 돈 받고 서비스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기타는 동생이 전공했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기타는 내가 더 많이 잡고 있다. 어제 제수씨 생일파티를 우리 집에서 왔는데, 동생 아들 아기 다솔이도 같이 왔다. 동생에게 가끔 다솔이한테 기타 쳐 주냐고 물으니, 기타는 아예 꺼내 놓지도 않는다고 한다. 동생 기타는 좋은 기타라서 나처럼 막 꺼내 놓을 수 없나 보다. 어디 고이 모셔 두는가 보다. 요즘에는 사업하고 아기 보는데 바빠서, 기타는 손에도 대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아마추어지만 오히려 나는 매일 수시로 기타를 옆에 두고 손에 만진다. 기타 연습을 하는 것은 아니고, 기타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내일 청소하러 신촌의 4개의 사업장에 들렸다가, 방배의 1개 사업장에도 들렀다 가겠다고 했는데, 동생이 오늘 방배점에 들려 달라고 했다. 어제 동생이 우리 집에 왔을 때 누구로부터 전화를 받아서, 방배 사업장에 누구 뭘 들고 오나 해서 같이 들어줘야 하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룸 하나를 월로 끊어서 들어오기로 했다. 그런데 그 방에 예전에 점포를 줄이면서 전에 점포에 있었던 악기들과 잡동사니들을 넣어 놓은 것이었다. 오늘 손님이 월로 들어온다고 해서, 그 방을 정리하기 위해서 동생이 나를 부른 것이었다.


방을 정리한 후에, 방배점에 온 김에 방배 청소는 내일 하지 않고 오늘 마치고, 내일은 방배에 오지 않고 신촌만 가기로 했다. 동생 가게에서 쓰레기를 분리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가끔 보면 연습실에서 이런 것도 먹어야 하나 싶은 쓰레기들도 많다. 짜장면 짬뽕 1회용 플라스틱 용기도 나오고, 캔 맥주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소주병도 나오고, 비닐과 음식물 또는 플라스틱과 음식물이 붙어서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소주까지 마시는 사람들은 주로 월 단위로 계약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부모님과 아내가 분리수거를 할 때는 아주 정확하게 분리수거를 하려고 하는데, 동생은 사업주의 입장이니까 일반쓰레기 봉투를 몇 장 더 쓰더라도 분리수거보다 빨리 처리하기를 바랐다. 매일매일 그 많은 쓰레기를 자세히 정리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대신에 동생 입장에서는 피아노 위에 먼지나 이런 것이 없어서 손님들에게 쾌적하는 것을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일을 마치고 동생이 내가 좋아하는 카페 폴 바셋에서 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다.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사실 요즘에는 카페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테이크아웃 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러려면 집에서 카누를 타 마시지 나가서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동생이 아메리카노 한 잔 사주겠다고 하니, 그리고 나와 아내가 좋아하는 폴 바셋 타르트를 사주겠다고 하니 갔는데, 타르트는 팔지 않았다. 동생은 수원 집에 혼자 있는 형수님 에미마에게 가져다주라고 다 떨어져 팔지 않는 타르트 대신에 빵 하나를 사 주었다.


동생이 오래전에 부탁한 동생 가게의 중고 악기를 판매하는 영상을 편집해 주어야 하는데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동생에게는 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귀차니즘이다. 나는 발동이 걸리지 않으면,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제시간에 하지 못한다. 발동이 걸릴 때만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위험하다. 발동이 안 걸려도, 그냥 해야 할 일은 의무적으로 꾸준히 해야지 발동이 걸리는데 말이다.


교회에서 나에게 부탁한 크리스마스 카드 제작은 끝이 났다. 동생이 부탁한 동영상 제작을 해야 하는데, 발동이 아직 걸리지가 않는다. 오늘 저녁식사를 한 후에 동영상 편집을 해 보려고 했는데,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의 코드 악보를 보면서 기타 연주하고 노래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동생이 공짜로 도와달라는 것은 아니고, 나에게 일을 줄 겸 본인의 일도 할 겸, 중고악기를 판매하는 영상을 만들어 필리면 판매금액의 몇 퍼센트를 나에게 떼어 주겠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를 위해서도 동생을 위해서도 빨리 편집을 해주어야 하는데, 귀찮고 발동이 걸리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안 하고 있는 게 있다. 내 개인 유튜브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아직까지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있다. 유명 유튜버가 되려면 일단 유튜브를 계속해야 하는데, 유튜브를 시작하고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지 않은지가 한참 되었다. 물론 다른 것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원래 내일 동생 사업장에 가서 일을 하기로 했는데, 오늘은 내일과는 별도로 일이 있어서 오후에 잠깐 갔다 왔다.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는 서로 돕고 산다. 동생 부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경제적으로 우리를 많이 도와주고, 우리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우리를 필요로 할 때 가서 도와준다. 형제라는 게 같이 앉아 있어도 말도 별로 안 하고 그랬는데, 그렇다고 우정이 없는 것은 아니더라. 형제라는 게 한 피라는 게 서로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있는 것 같다. 결혼 후에 오히려 둘의 아내들로 인해서 동생과 내가 형제간의 더 대화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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