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갈 때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이 나올 때까지 3박 4일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화를 꺼두었던 것은, 나로서는 가출을 했다기보다, 내 생각이 정리가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며칠은 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하룻밤 만에 결론이 났다. 더 이상 다른 직업을 가지며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되는 날을 기다리지 말고, 당장 작가로서 살기로 했다. 더 이상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직업을 가지며 살아갈 수는 없다. 선천적으로 그렇게 태어났던지, 자라온 환경과 사연에 의해 그렇게 되었던지, 직업을 가지며 직장에 다니며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 조울증은 극복했지만, 다른 사람처럼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하루 전에는, 내가 모든 일은 다 할 수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고 제한적이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가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 사이에 나의 정신에 사고가 터졌다. 그 어떤 회사도 다닐 수 없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글을 쓰면서 살기로 했다. 글 써서 돈이 되고 안 되고는 상관 않기로 했다.
내가 스마트폰을 끄고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집은 난리가 났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조울증으로 방황한 세월과 사연이 있으니 더더욱 그랬다. 갑자기 그런 일이 터진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여러 번 이렇게 살기는 어렵다고 아내와 어머니께 호소했던 일이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아내와 어머니도 내가 힘든지 알고는 계셨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켜니 집에서 온 카톡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수원 집에서 신촌 회사까지 거리가 있어서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9시 넘어 들어오는 게 일상이었다. 21개월 되었던 아들 요한이는 평일에 나를 볼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내가 폰을 끄고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밤새 열이 올랐다. 논산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한밤중에 수원집으로 올라오셨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켜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어 생각하러 부산 해운대에 와 있다고. 생각이 정리되어 올라간다고. 기차 타고 올라가면 오후 5시 정도 될 거라고. 전화를 하기는 그래서 메시지를 보냈다. 기차역에 만나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내가 아내와 어머니께 약속을 한 것은 글 써서 작가로서 돈을 벌지 못하면 현실로 돌아가 일과 글 병행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돈과 상관없이 글만 쓰겠다고 했다. 내가 약속한 것은 작가로서 성실하게 글을 쓰는 삶이었다. 결과는 약속하지 않았다. 글 쓰는 삶을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실업급여는 타지 못했는데. 처음부터 실업급여를 탈 생각은 없었다. 동생이 어머니를 통해 실업급여를 타면서 다른 일을 준비하라고 코칭해 주었다. 동생이 나를 해고해 주면 간단한데. 동생이 원칙주의자라서가 아니라, 기존 직원을 해고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정부 지원을 받은 게 있어서 해 줄 수가 없었다. 질병으로 인한 실업급여를 신청해 보라는 동생의 조언 대로 시도는 했다. 내가 조건을 갖추지 못했고, 퇴사일 전에 미리 갖추어야 할 것들을 챙기지 못했고, 주치의 선생님께서 원칙적인 분이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으로 실직이 되었을 때 구직활동을 하라고 주는 급여다. 저소득층이라 주는 급여는 아니다. 나는 내가 퇴사를 하게 된 이유로 질병으로 인한 비자발성을 주장하였으나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으로 인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했다. 저소득층이라 많은 지원을 받는 국민취업지원제도 1유형이 되었다.
글 쓴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국비지원으로 영상편집을 공부하려 했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불발되었다. 내가 가진 자격 중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빨리 취업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사회복지사로 3개월 일경험을 했다. 기관 경영악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계약 종료 되었다. 글 쓰고 싶으면 글을 써야지, 왜 글 쓰기 위해 다른 무엇을 하려 했을까?
글 쓴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국비지원으로 영상편집을 공부하려 했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불발되었다. 내가 가진 자격 중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빨리 취업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사회복지사로 3개월 일경험을 했다. 기관 경영악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계약 종료 되었다. 글 쓰고 싶으면 글을 써야지, 왜 글 쓰기 위해 다른 무엇을 하려 했을까?
이제와 돌아보면, 글 쓰는 삶을 꿈꾸는 내가, 글 쓰기 자체보다, 글 쓰는 삶을 위한 여유와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집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