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고 바라던 퇴사였으나, 준비와 계획 없이, 예기치 않은 퇴사였다. 어느 날 퇴근을 했고, 집에 들어갔다 자고 다음날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다니던 회사뿐 아니라 다른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내 안에 수많은 신호가 있었으나, 나와 주변에서 애써 무시했을 뿐이다. 뾰족한 다른 대안이 없었으니까. 퇴근을 하고, 폰을 끄고,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부산 해운대에 갔고,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다. 부산 해운대에서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지 말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자, 다른 일 하지 말고 글 쓰면서 살자, 하는 결론을 내렸다.
글 써서 돈이 되는 것을 전제로 글 쓰며 살기로 한 것은 아니다. 글 쓰는 자체를 전제로 책 읽고 글 쓰며 살기로 했다. 글이 돈이 되고 안 되고는 상관없이 글 안 쓰고 놀면 안 되는 것이다. 아내와 가족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조울증이 재발한 것은 아니지만, 내 정신에 큰 사고가 터져 일단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때 글을 써야 했다. 처음부터 그냥 놀았던 것은 아니다. 동생은 어머니를 통해 질병으로 인한 실업급여를 타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글을 써야 했던 나는 글쓰기 보다 글쓰기 환경을 위한 실업급여 수급에 매달렸다. 질병으로 인한 실업급여 신청은 퇴사 후 3개월이 지나고 가능했다. 질병으로 3개월 이상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문서로 증명해야 했다. 퇴사일 전 날짜로 질병으로 3개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아 놓아야 했다. 글은 쓰지 않고, 실업급여만 바라보다, 3개월이 지나갔다. 결국 실업급여는 조건에 이르지 못해 못 탔다.
실업급여를 타며, 국비지원 직업훈련으로 영상편집을 배우며, 글을 쓸 여유를 벌고 싶었다. 당장 내 정신에 사고가 터졌을 때는, 글 쓰며 살겠다는 나에게 주변에서도 그래 잠시 쉬었다 가라 하지만, 제정신을 차려가는 모습이 보이면 현실의 땅에 발을 디디기를 기대한다. 진정 글 쓰는 삶을 살기를 원했다면, 글 쓰며 살겠다는 것을 말로 보여줄 것이 아니라, 그런 삶이 주변에 보이게 살았어야 했다.
질병으로 인한 실업급여를 결국 받지 못했다. 나는 대신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을 했고, 중위소등 기준으로 저소득층이라 구직촉진수당을 받을 수 있는 1유형에 선정이 되었다. 실업수당을 못 받게 되어도,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아 국비지원 직업훈련을 받으려 했다. 영상편집 과정을 이수해 글 쓰는 삶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영상편집 쪽으로 일을 하려고 했다. 영상편집 기술을 익히면 글 쓰는 삶에도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글 쓰는 삶을 선택한 나는, 글 쓰는 삶 자체보다, 글 쓰는 삶까지 가는 길에 생각을 빼앗겼다.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신청하고 1유형에 선정이 되기까지 시간이 또 흘렀다. 바로 들을 수 있는 영상편집 과정은 인원이 다 찼고, 다음 과정은 언제 시작할지 개설은 될 것인지 기약이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글을 쓰는 삶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았더라면, 결과에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국민취업지원제도를 교육에서 취업으로 틀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었다.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3개월 일경험을 했다. 3개월 인턴하고 정규직 연계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회사 경영 악화로 계약만료로 끝났다. 그 후 이력서를 쓰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데 성과는 없다.